[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9] 다시 도진 아부 문화
예부터 중국엔 손님 맞아들이는 의례가 풍성했다. 중국인이 만들어낸 어휘에서도 그 점은 충분히 두드러진다. 환영(歡迎)이라는 말이 우선 그렇다. ‘기쁘게 맞이하다’라는 뜻의 단어다. 그와 더불어 상대를 높이는 방식도 발달했다. 광림(光臨)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영광스러운(光) 방문(臨)’이라는 맥락이다. 같은 흐름으로는 광고(光顧)라고도 적고, 은혜로운 그것이라서 혜고(惠顧)라고도 한다. 아예 ‘내려오시다’라고 해서 강림(降臨)으로 할 때도 있다.
손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신다는 뜻에서 탓할 바가 없는 표현들이다. 그러나 굴곡이 지고, 그늘마저 드리우니 문제다. 지나친 위계(位階)나 이해(利害)에 눌려 비굴하다 못해 상대에게 제 모든 것을 맡기고 기댈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영합(迎合)이라고 하는 경우다. 손님 또는 상대를 맞이해 나아가(迎) 그에 자신을 아예 합쳐버리는(合) 일이다. “대중에 영합하다” 하는 식으로 우리도 자주 쓰는 말이다. 제 이해관계에 따라 본뜻을 굽혀가며 누군가를 추종하는 일이다.
봉영(逢迎)이 같은 행위다. 매사에(逢) 남의 뜻에 따르는(迎) 일이다. 사실상 아첨(阿諂)이나 아부(阿附)와 동의어다. 그저 남의 것을 받드는 봉승(奉承)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때론 아유봉승(阿諛奉承)이라는 성어로도 적는다.
시진핑(習近平) 중심의 1인 지배가 굳어지면서 국무원을 비롯한 중국의 방대한 관료 체계가 이 ‘영합’의 길로만 치닫는다. 공산당의 이념적 지배를 현실적 논리로 견제하며 조정할 수 있는 행정 체계의 마비와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황제 권력’이 주변을 제 심복(心腹)으로만 채우고, 주종(主從)의 고리타분한 위계 관념을 크게 되살린 탓이다. 그로써 권력 정점의 판단 미스가 곧장 전체의 패착을 부를 형국이다. 숫자와 통계로도 헤아릴 수 있는 요즘 중국 위기의 진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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