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가전업계 “고쳐 쓰세요, 업그레이드 해드릴게”

베를린/이해인 기자 2023. 9.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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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오늘 개막, 친환경 ‘아나바다’ 바람

‘새로 사지 말고 고쳐서 더 오래 쓰세요.’

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 행사장 한쪽에는 가전 제품 수리점(Mend & Repair Shop)이 운영된다. 토스터·전자레인지·블렌더 등 집에서 쓰다가 고장 난 소형 가전을 가져가면 자원봉사 기술자들이 무료로 고쳐준다. 올해 IFA 주제인 ‘지속 가능성’에 맞춰 전자 제품 폐기물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다. IFA 측은 “전 세계에서 매년 연간 5360만톤의 전자 폐기물이 나오는데 이는 보잉 737 여객기 100만대에 해당하는 양”이라며 “전자 기기를 고쳐 쓰면 훨씬 더 친환경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올해 IFA에 참가한 글로벌 가전 기업들도 이런 ‘지속 가능성’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화질이 뛰어난 TV나 성능이 개선된 가전을 홍보하는 대신 소비 전력 효율을 높이는 혁신을 선보이고, 친환경 기술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후 위기로 무더위가 휩쓴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력 효율이 좋고 오래 쓸 수 있는 가전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아껴 쓰고 고쳐 쓰는 이른바 ‘아나바다’ 운동이 가전 업계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해서 더 써라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는 올해 행사에서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전시 부스를 차리고 ‘가전을 오래 쓰자’는 메시지를 알릴 계획이다. 밀레는 모든 제품을 최대 20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제작한다. 여기에 최근 한 가전을 오래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전 수리 서비스를 강화했다. 밀레는 고객의 수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 가전에 들어가는 9만 개 이상의 정품 부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또 특정 가전 모델이 단종된 이후에도 최대 15년 동안 소비자가 수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구형 가전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제품 수명을 늘려주는 서비스를 선보인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출시 당시엔 없던 기능을 넣어 마치 새 제품을 쓰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나오는 세탁기 신제품부터 ‘미세 플라스틱 저감’ 기능을 적용했는데 세탁기와 연동된 스마트폰의 전용 앱(스마트싱스)을 업데이트하면 기존 모델에서도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세탁기·무선청소기 등 여러 가전에 새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내년부터 TV도 운영체제(OS)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OS를 업데이트한 TV 화면을 켜면 바로 방송 채널이 나오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 홈 화면처럼 여러 앱을 골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상위 가전 기업들 간에 기술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에너지·자원을 아껴 써라

올해 IFA에서는 소비 전력을 크게 줄인 프리미엄 고효율 가전 경쟁도 뜨거울 전망이다. 스웨덴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크게 개선한 ‘AEG 에코라인’ 가전을 선보인다. 신제품들은 유럽 에너지 규격 최고 등급 기준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새로 공개하는 회전식 건조기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에서 나오는 열을 활용하는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전기 사용을 기존 제품에 비해 68% 줄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유럽 에너지 규격 최고 등급보다 전력 사용량을 40% 이상 줄인 세탁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평소 사용 패턴을 분석해 제품을 자주 쓰지 않는 시간대에는 알아서 절전모드로 바꾸는 식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유럽에서도 가전 수요가 둔화되고 있지만 에너지 등급이 높은 고효율 가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특히 주요 유럽 국가에서는 가전을 고를 때 에너지 효율성을 중요하게 따지는 소비자 비중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올해 IFA가 중요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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