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조종서도 AI가 인간 꺾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3. 9.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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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
인공지능(AI)과 인간의 드론 조종 경기에서 연속 촬영한 드론의 궤적. Leonard Bauersfeld 제공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드론 조종 대결에서 드론이 승리했다. 앞서 드론은 컴퓨터게임이나 보드게임 등 다양한 게임에서 인간을 이겼지만 이는 제한된 환경에서 이뤄진 경기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선 그동안 인간이 우위를 내준 적은 없었다. 실제 현실 공간에서 벌어진 드론 조종 경기에서 AI가 인간을 능가함에 따라 AI 기술 진보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리아 카우프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교수 연구팀은 새롭게 개발한 AI 드론 조종 시스템이 인간 드론 경기 챔피언 3명을 압도한 경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3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인간과 AI의 드론 경기에는 드론 조종 국제경기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3명의 인간 조종사가 참여했다. AI 드론 시스템과 인간 드론 경기 챔피언은 실제 경기가 이뤄질 트랙에서 일주일간 연습 시간을 가진 뒤 다양한 경주로에서 총 25번의 경기를 진행했다.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 레일처럼 구불구불하고 높낮이가 급변하는 여러 형태의 경주로가 경기장으로 설정됐다.

결과는 AI의 대승이었다. 25번의 경주 중 총 15번의 경주에서 인간 조종사를 꺾었다. 시속 100km를 넘는 속도전이 펼쳐진 한 경주에선 인간 조종사가 보유한 세계 최고 신기록을 0.5초 단축하기도 했다. 앞서 2017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 연구소가 실시한 인간과 AI의 드론 조종 경기에선 AI가 패배의 쓴맛을 봤었다. 3번의 경주에서 인간보다 2초 넘게 느린 기록에 그쳤다.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AI가 넘지 못했던 인간의 드론 조종 실력이 약 6년 만에 따라잡힌 것이다.

AI가 드론 조종 경기에서 인간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는 실제 경주에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AI는 드론에 탑재된 센서로 얻은 정보만 활용해 속도와 위치를 추정해야 한다. 경기장에 생기는 바람이나 조명의 밝기 등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드론 조종은 AI의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사용됐다.

이번에 개발된 AI 드론 조종 시스템은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드론 조종 선수들의 데이터를 학습했다. 드론 조종 선수들이 실제로 참가한 경기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활용됐다.

기존 다른 연구에서 이뤄진 학습법과의 차이점은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학습한다는 점이다. 인간 두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모방한 알고리즘인 인공신경망(ANN)을 통해 센서로 얻는 정보를 정밀하면서도 빠르게 처리하도록 했다. AI는 인간보다 약 5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학습 과정에선 최적의 드론 조종 루트를 찾을 때마다 보상을 강화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AI 드론 조종 시스템은 드론의 속도와 골인 지점의 위치를 동시에 파악하는 ‘쌍안 센서’에서 데이터를 얻었고 드론과 골인 지점에 각각 설치돼 한 세트를 이루는 ‘쌍방형 센서’를 통해 최적의 속도와 방향으로 주행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했다”며 “기존 결과물보다 좋은 결과물을 냈을 때 이 정보를 덧씌우는 기술은 AI 처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어려운 문제였지만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해 최상의 결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드론 조종 경기에서 확인된 AI의 능력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센서를 통해 얻어지는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학습법이 확인되면서 운전, 청소, 장비 점검 등 실제 사람이 하던 업무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단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드론 조종 경기에선 신체적 기능에서 AI가 인간을 넘을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일상 생활과 관련된 분야 외 군사 분야에서도 AI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 공간에서 인간에 대한 AI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공군은 최근 AI가 조종하는 차세대 무인전투기 ‘발키리(XQ-58A)’의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비행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발키리는 AI로부터 주변 위협요소에 대한 정보를 받아 비행과 공격을 무리없이 해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간 조종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적 동요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조종사는 인간보다 높은 업무 효율을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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