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그래도 중국” vs 아모레 “이제는 일본”
지난 30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탱크 상하이 아트센터’. 중국 인기 아이돌 판청청과 왕훙(網紅·인플루언서) 100여 명이 LG생활건강의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더후)의 ‘천기단’을 들고 기념 샷과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더 후’의 대표 제품인 천기단이 13년 만에 새 단장을 해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브랜드 표기에도 변화를 줬다. 더후를 대표하는 ‘후(后)’ 디자인은 그대로 남기고 ‘The history of 后’를 ‘The Whoo’로 축약해 고객들이 쉽게 부를 수 있게 했다.
한국도 아닌 중국에서 ‘새 단장 행사’를 가진 것은 “한한령과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LG생활건강이 중국에서 홍보 행사를 연 것은 4년 만이기도 하다.
한때 프랑스, 일본 화장품 업체들을 제치고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K뷰티의 점유율을 확장하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코로나 해제를 계기로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빅2′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각각의 전략으로 특화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초’ 강조한 LG와 ‘색조’ 등 외연 넓히는 아모레
LG생활건강은 일단 중국 시장을 재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페이스샵 등 저가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 위주로 전략을 수정했다. 후 같은 고급 브랜드는 백화점 매장 중심으로 홍보하고,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당 브랜드 정보만 받아보는 충성 고객을 늘려 매출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중국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천기단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중국 고객들이 좋아하는 스토리를 입히는 데도 집중했다. 새롭게 단장한 천기단은 중국 소비자에게 친숙한 ‘한방’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아시아 여성 1만7000여 명의 피부 데이터를 조사해 기능성을 강화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숨 37℃’를 주력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코로나 기간 중국에서 에뛰드, 헤라, 아이오페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상대적으로 일본과 중동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색조 화장품이나 특화된 화장품 라인을 내세우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메디 뷰티 브랜드 ‘에스트라’는 9월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월 28일부터 2주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아모파시페스(アモパシフェス·아모레페스티벌)’라는 이름의 행사를 열었는데 이틀 만에 방문 예약이 완료되고, 10만개에 이르는 고객 체험용 샘플이 모두 소진됐다.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확인한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의 대표 화장품·미용 종합 정보 사이트 ‘앳코스메’의 온·오프라인 매장에 에스트라 브랜드를 들여놓으면서 일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는 목표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중국 시장
코로나 엔데믹이 되면 다시 회복 될 것으로 기대한 중국 시장이 좀처럼 활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상반기 중국에서 3000억원, LG생활건강은 3777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15%, 10.8%에 그쳤다. 중국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국산품 애용을 뜻하는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이 불고, 면세점을 오가며 중국에 한국 화장품을 판매해온 다이궁(代工·보따리 장수)도 위축된 탓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화장품 ‘빅2′들은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는 공통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는 5298억3500만달러(약 688조9974억원)이다. 이 중 미국이 918억6750만달러로 가장 크고, 중국(824억1965만달러)과 일본(329억5300만달러)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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