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담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 수준
지난달 29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안산시 단원구 한 거리에서 여성이 리어카를 끄는 어르신에게 우산을 씌워 주는 장면이 목격됐다. 길을 지나던 경기일보 조주현 기자는 훈훈한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빗속을 뛰어다니며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사진은 경기일보 30일자 1면에 ‘폐지 어르신에 우산 내어준 천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내 어깨는 다 젖어도...’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네이버CP사인 경기일보는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게재된 기사에 댓글이 달린다. 해당 기사에 수많은 공감 표시와 댓글이 달렸다. ‘따뜻한 기사 보는 내내 흐뭇하고 좋아요~ 저런 분들 덕에 아직 살맛 나나 봅니다’, ‘정말 너무 감동입니다. 이 흉흉한 세상에 한 줌의 감동이 기사를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읽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기사 종종 부탁드립니다. 이런 기사가 계속 올라올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네요’ 등 훈훈한 댓글이 이어졌다.
간혹 말도 안 되는 악플도 있었다. ‘노친네 그냥 비 맞아서 빨리 죽는 게 애국인데 뭘 저렇게 해주냐’, ‘이건 노인이 우비를 입고 모자까지 썼으니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될 듯 한데’, ‘뭐냐 또 1계급 특진 노린거냐. 노림수처럼 보이는거 나만 불편해?’, ‘노인 우비 여자 폰 손에 들고 앞뒤로 촬영 주작의 스멜~ 이렇게 안 하면 승진 힘드냐’ 등 안 좋은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정말 참을 수 없었다. 그들은 대체 왜 ‘주작의 스멜~’이라는 왜곡된 표현을 써 가며 이런 미담 기사에 조롱 섞인 글을 쓰는 것일까. 세상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는 악플에 많은 기자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조 기자는 태풍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 장면을 보도하는 우직하고 성실한 기자다. 이날 아침 계단에서 마주친 조 기자에게 한마디 건넸다. “조 기자, 비 많이 오면 위험하니까 웅덩이 같은 데 들어가지 말고 살살해”라고 말했다. 조 기자는 “아닙니다, 부장님. 오늘 진짜 좋은 사진 찍어보겠습니다”라며 당차게 길을 나섰다.
그는 주작을 부릴 기자도 아니고 사진을 왜곡하는 기자도 아니다. 독자들에게 부탁한다. 훈훈하고 아름다운 기사는 그냥 그 자체로 봐 달라고 말이다.
경기일보가 네이버CP사로 선정되면서 댓글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그 안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글들도 있다. 후배 기자들 사이에서는 댓글로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올 정도다.
논란이 있는 기사에 대한 건전한 토론,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 기사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들을 정리해 올리는 글, 공감 표시 등 얼마든지 품격 있는 댓글을 올릴 수 있다.
독자들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은 달게 받겠다. 하지만 정의감에 불타고 열정 넘치는 패기로 취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후배 기자들의 마음에 상처 주는 댓글은 지양해 주길 정중히 당부드린다.
최원재 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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