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부자본주의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다. 생산 수단을 공동으로 하는 협동 경제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분배 받는 사회를 지향하는 경제체제 국가를 사회주의(Socialism) 국가라고 하는데 우리는 협동경제와 평등분배를 추구하지 않으니 사회주의 국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인가? 사전에 의하면 자본주의(Capitalism)는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사회구성원 각각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재화의 매매, 양도, 소비 및 이윤의 처분 등에 대한 결정을 개인에게 일임하는 경제체제라고한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2020년대를 살아가는 변리사인 나로서는 우리나라가 서양에서 운영되는 자본주의와는 사뭇 그 구성이 다름을 느낀다. 특허상담을 하다 보면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발명을 만들어내는 데 관심과 열정이 있는 기업인들도 있지만 ‘조달청 납품’이나 ‘정부지원사업 선정’을 위해 특허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기업인들도 있다. 아니, 많다. 31조1천억원에서 25조9천억원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5조2천억원 줄어든다는 소식을 들은 과학계는 이미 파랗게 질리다 못해 이민을 준비하겠다는 박사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도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의 R&D 예산에 기대 연구개발 및 연구인력의 인건비를 지원받아 왔는데 이러한 예산이 줄어들어 창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예산’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기업과 기관, 협회와 개인이 얼마나 될까? 일정한 부를 축적한 후 아무것도 안 하고 여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는 환자를 진료하거나 처방한 후 건강보험 행위별수가제에 의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받는다. 공공·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 예산은 1조원이 넘고 변호사들도 국선변호인 제도를 통해 일하면 정부로부터 수입의 일정 부분을 받는다. 변리사들도 결국 R&D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된 기업들이 해당 예산에서 지식재산권 비용을 사용하게 되므로 정부로부터 수입이 생긴다. 지역사랑 상품권, 지역화폐, 온누리상품권 등도 정부예산이 시장 소상공인들의 수입의 일부가 되는 구조다. 언론도 1조원이 넘는 정부, 지자체 광고비를 제외하고도 언론진흥기금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다른 나라의 ‘정부예산의존도’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러한 전반적인 정부예산의존 현상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정부자본주의’로 부르고 있다.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 없다고 혐오하지만 사실은 정치권력이 자신들이 소유하는 재화의 양을 결정한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다. 정부자본주의 국가체제에서는 ‘누가 어느 기관의 기관장이 됐는가’가 중요해진다. 모임에 가면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하마평만 가득하다.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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