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빈부갈등이 가장 심각”…정년연장·연금개혁 우호적
- 이전세대보다 풍족함 누렸지만
- 상대적 박탈감에 경제문제 민감
- 부모 의존성 강하고 부양 부담
- 윗세대 복지정책에 긍정 답변
- 정부 우선적으로 해야할 정책
- 일자리>결혼·출산·육아>주거
▮‘빈부 갈등’이 가장 심각
부산에 사는 2030세대에게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빈부 갈등’이 38.9%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녀 갈등(31.0%)과 세대 갈등(15.8%) 진영 갈등(7.9%) 지역 갈등( 6.5%) 순이었다.
‘빈부 갈등’이 1순위로 꼽힌 것은 그만큼 2030세대가 경제 문제에 민감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달려온 우리나라에서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불명예 딱지를 받은 이들이 상대적 빈곤을 더 많이 경험하고 예민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시가 내놓은 ‘2022 부산청년 패널조사’를 보면 부산의 2030은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다. 응답자 중 취업자의 소득은 월 평균 277만2000원인 반면 희망 소득은 305만6000원으로 10%가량 차이가 났다. 재테크를 하지 않는 비율이 72.9%로 높았는데, 이 중 절반(48.4%
)은 ‘여유자금이 없어서’를 꼽았다. 즉, 재테크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의미다.
연령과 성별을 교차분석해 보면 경제활동을 활발히 하는 30대에서 ‘빈부 갈등’을 꼽은 비율(50.5%)이 20대(27.5%)를 크게 앞선다. 특히 30대 여성은 56.8%로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인 20대 남성(21.7%)에 비해 크게 높았다. 부산대 김영(사회학과) 교수는 “30대가 되면 빈부격차를 굉장한 사회적 문제로 느끼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여성의 응답률이 높게 나온 것이라 본다”고 해석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원인으로 꼽는 의견도 있다. 박민준 부산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옛날에는 어떻게 사는지 서로 잘 몰랐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 수 있게 됐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살고, 못 사는 사람은 더 못사는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대 진시원(일반사회교육학과) 교수는 “물직적 토대만 본다면 이전 세대보다 풍족함에도 2030은 ‘누구는 하고싶은 거 다하는데 나는 못한다’는 경험을 많이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며 “이런 생각이 결국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공정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20대 남성의 경우 ‘남녀 갈등’ 선택 비율이 46.3%로 ‘빈부 갈등’을 앞질렀다는 점이다. 김영 교수는 “20대 남성은 입대 전후 연령대가 많아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며 “다만 남녀 갈등과 성차별은 다른 의미이므로 나눠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40대 이상이라면 한번은 겪어 본, 전라도와 경상도로 대변되는 지역 갈등은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면서 과거와 달라진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2030세대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일자리 창출’이 31.6%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결혼·출산·육아지원이 26.6%, 주거정책 25.9%, 창업 지원 6.1%, 취업교육 지원 4.9%, 대학 등록금 절감 4.0% 순이었다.
▮2030은 캥거루족?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활발한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에 대한 2030의 생각은 어떨까.
우선 정년 연장과 관련해선 ‘연장하되 단계적으로 연장’ 응답이 4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행 유지’ 20.6%, ‘5년 이상 연장’ 21.5%, ‘단계적 축소’ 5.6%, ‘5년 이상 축소’ 4.3% 였다.
정부가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필요성에 공감하나 점진적 추진’이 34.8%로 가장 많았고 ‘필요성에 공감하나 현행 유지’가 25.5%, ‘기금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신속하게 추진’이 22.6%,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으니 현행유지’ 7.8%, ‘보험료 적게내고 연금은 더 받는 방향으로 개혁’ 9.4%로 조사됐다. 이 중 개혁에 우호적(신속추진+점진추진)인 답변이 57.
4%로 절반을 넘었다. 성별·연령별 교차 분석 결과 30대 남성의 우호적 답변 비율이 69.4%로 평균을 훌쩍 웃돌았다.
이처럼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과 관련해 우호적인 답변 비율이 높게 나온 것은 상당수의 2030세대가 자신보다는 당장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부모를 우선시 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보미 포럼바다로 실장(31)은 “30대에 접어드니 부모 부양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면서 “아무래도 부모가 일찍 일을 그만두면 청년세대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답변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산대 학생인 송도형 씨(20) 씨는 “당장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취업이 안되니 부모님께 조금이라도 의존하려는 생각이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시원 교수는 “결국 내 부모가 더 일해야 된다는 의미다. 2030은 물질적 풍요가 붕괴되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부모 세대와의 연결성은 연령별 지원정책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정부가 연령별로 사회복지·지원 정책을 펼 때 어떤 연령을 가장 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20·30대 청년이 63.9%로 가장 많았지만 그 다음으로는 40·50 장년(15.9%)을 꼽았다. ‘65세 이상 노인’은 8.9%로 가장 낮아 세대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 어떻게 조사했나
- 부산 2030남녀 800명 설문
이번 조사는 국제신문 의뢰로 ㈜도시와공간연구소가 지난달 10~23일 부산 거주 20·30대를 대상으로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1:1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수집된 설문지는 검증과 에디팅 과정을 거쳐 오류를 보완했으며, 최종적으로 유효한 설문지 800부를 분석에 활용했다. 성별로는 남성 409명, 여성 391명이며 연령별로는 20대 404명, 30대 396명이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일부 백분율 합계가 99.9% 혹은 100.1%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소수점 반올림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결과 해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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