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인예고’ 폭주하는데 처벌 애매, 법 정비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살인예고 글 총 485건을 수사해 이 중 235건(240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살인예고 글은 7월21일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달 3일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찰은 살인예고 행위가 국민 안전을 위협해 형법상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처벌 규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촉법소년이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관할 법원 소년부에 직접 송치해 소년보호처분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처벌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현행법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경찰이 글 작성자들에게 협박죄, 살인예비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법원도 처벌 규정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선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리고 흉기까지 주문한 이모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담당 판사는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협박성 표현이 도달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신림역 인근 상인 등은 살인예고 글이 아닌 기사로 알게 됐을 것”이라며 검찰에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시작부터 법리 적용이 난관에 부딪친 것이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이 입증돼야 해서 적용이 더 어렵다.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적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허위 사실로 공무원을 속여 직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된다. 법무부는 행정력 낭비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질적인 손해배상청구가 이뤄지기엔 법리 구성 요건이 쉽지 않다.
섬뜩한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삼아 했다고 주장해 무죄로 풀려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선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 정부도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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