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도심 빈민 빌딩서 대형 화재 참사…사망자 74명 넘어
전기·수도 없이 불피우고 생활하다 참변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한 5층 건물에서 31일(현지시각) 새벽 대형 화재가 발생, 7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건물은 도심 ‘마샬 타운’ 지역의 건물로, 슬럼화로 사실상 버려진 것을 지역 갱단(폭력단)이 불법 점유, 노숙자와 불법 이민·체류자에게 임대하는 이른바 ‘하이재킹(hijacking) 아파트’였다. 가난과 범죄, 정부의 행정력 마비가 만들어 낸 비극인 셈이다.
현지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은 이날 새벽 1시10분경 시작됐다. 시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에서 “겨울 날씨(남반구는 현재 겨울)를 이겨내려 곳곳에 켜놓은 임시 난로와 촛불 중 일부가 실화(失火)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물의 왼쪽 아래쪽 층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됐다. 현지 매체들은 “새벽에 잠을 자다가 뒤늦게 화재를 알아챈 사람들이 불 속에 갇혔고, 소방차와 응급구조팀도 수십분 후에야 도착하면서 희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에 애를 썼지만, 불은 발생 6시간 30분만인 오전 8시경에야 겨우 꺼졌다. BBC는 “소방관들이 건물 내에서 시신 수습을 이어가면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7시까지 집계된 사망자 74명 중 남성이 40명, 여성이 24명이었다. 10명은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해 아예 성별이 파악조차 안되는 상태였다. 사망자 중 12명이 어린이와 유아로 알려졌다.
이 빌딩에는 80개가 넘는 ‘쪽방’에 200여명의 극빈층이 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곳곳에서 모여든 불법 이민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외신들은 추정했다. 본래 시 소유였으나, 관리가 소홀해 진 틈을 타 이 지역 갱단이 접수해 쪽방촌으로 운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BBC는 “전기나 가스, 수도 공급이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창문이나 문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파라핀 스토브에 요리를 하고, 겨울에는 드럼통 난로를 만들어 난방을 한다”고 전했다.
갱단은 더 많은 쪽방을 만들려 가벽을 마구 설치, 공간을 세분화했다. 구조 당국은 “건물 안에 판자집 같은 무허가 구조물이 널려 있었다”며 “대부분 합판과 담요 등 가연성 물질로 되어 있어 화재가 빠르게 확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미로 같은 구조 때문에 주민 일부가 탈출구를 찾지 못해 질식하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했다”고 분석했다.
한 생존자는 AFP에 “많은 이들이 비상구를 찾아 뛰어다녔지만 결국 대부분 죽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로이터에 “많은 이들이 불길을 피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한 남자는 4층에서도 뛰어내렸다”고 전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현장을 찾아 둘러보고 “희생자들의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 범죄 요소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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