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구하려 창밖에 던져야 했다”…남아공 빌딩 화재로 최소 73명 사망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한 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73명이 숨졌다.
31일(현지 시각)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로버트 물라우지 남아공 응급관리서비스 대변인은 이날 오전 1시에 발생한 요하네스버그 시내 5층 건물 화재로 지금까지 73명이 사망하고 5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재 화재는 진압된 상태다.
물라우지 대변인에 따르면 사망자 가운데 최소 7명은 2세 미만 영유아이며, 가장 어린 사망자는 1세다. 아울러 일부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훼손돼 신원확인이 힘든 상태다. 수색 작업이 계속됨에 따라 사상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재 당시 현장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건물 저층부부터 큰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오마르 아라파트는 당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야, 불이야”라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말했다. 그는 “3층 방의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며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았을 때는 소방차와 구급차에 둘러싸여 있었고 주변에는 수십구의 시체들이 있었다”고 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시 관계자는 초기 조사 결과 화재는 촛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으로 촛불을 이용해 난방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에는 약 200명의 노숙인과 저소득층, 불법체류자 등이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갱단이 버려지거나 강탈한 건물을 불법 점유해 저소득층에게 임대하는 행태가 만연하며, 약 600채의 건물이 이같은 방식으로 임대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임차인을 받기 위해 건물 내 가벽이 무분별하게 설치됐는데, 이 때문에 화재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소방 당국은 해당 건물에 80개 이상의 쪽방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몰라우지 대변인은 “건물 안에 무허가 구조물이 널려 있어 제거해야 할 잔해가 많다”며 “가연성 물질이 사용돼 화재가 매우 빠르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벽과 구조물, 쓰레기 등으로 건물 내부 구조가 미로처럼 복잡해져 주민 일부는 출구를 찾지 못해 연기를 마시거나 창밖으로 뛰어내려 숨지는 경우도 있었다. 생존자 아담 타이워는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다. 1살짜리 아들을 창밖으로 던져야만 했다”며 자신의 아내는 행방불명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생존자 오마르 포아트는 “화재로 여자 형제 3명을 잃었다”며 “형제 중 한명은 어린 딸이 있었는데, 시어머니가 창문 밖으로 그 딸을 내던져 아래 있는 사람들이 받아줬다”고 했다. 해당 건물에서 3년간 살았다는 하미사는 자신과 아내, 아기가 창밖으로 뛰어내려 생존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 뛰어내렸지만 모두 살아남진 못했다. 시체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매우 큰 비극”이라며 “이번 재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를 통해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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