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인권외교’를 위한 외교부 확대개편
부족한 인력·예산 늘리고
직제상 사무분장 명확화
北 인권업무 대폭 확대를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GPS)로서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인권을 강조하면서 통일부는 대규모 인사교체에 직제 개편안까지 발표되었다. 그런데 정상회담 의제에서 유엔 결의까지 국제무대에서 인권외교를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할 외교부에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인권외교’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되고 외교부 직제상 사무분장이 바뀔 필요가 있다.
예산이 확보된다면 외교부 웹사이트의 업데이트도 시급하다. 193개 유엔 회원국이 자국 인권상황에 대해 심사를 받는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에서 사전 서면질의는 2009년 제1차 북한 UPR 때가 유일하고, 법무부 난민위원회의 난민 심사에서 출신국의 인권상황을 외교부에서 파악하지 못해 국정원 방첩단장의 의견에 의존하는 것은 GPS와는 거리가 멀다.
‘인권외교’에는 명확한 임무 부여도 중요하다. 현행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및 ‘외교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에 따르면 국제기구국이 ‘인권 분야 외교에 관한 외교정책의 수립·시행 및 총괄·조정’을, 세부적으로는 인권사회과가 ‘유엔의 인권 분야 활동에 관한 외교정책의 수립·시행 및 총괄·조정’, ‘인권 분야 전반에 관한 조사·연구’ 등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인권사회과는 유엔 ‘인권외교’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다자 국제협력에 관한 사항’도 업무에 속하지만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상회담(S4D) 같은 정부 관심 사안이 아니면 올해 한국이 가입한 강제실종방지협약 등 주요인권조약의 타국 비준 독려, 아시아 인권위원회·재판소 설립 추진 같은 전향적 외교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인권사회과의 업무에 별도로 ‘북한인권’ 언급이 없다 보니 여러 인권문제 중 하나 정도로 여겨 지난 20년간 유엔 북한인권 결의 초안 공동 작성은커녕 최신 북한인권 동향 파악을 위한 국내 북한인권단체들과의 대화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외교부에서 유엔 외 북한인권 총괄로 되어있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 평화외교기획단 대북정책협력과 역시 직제상 ‘대북정책 관련 외교적 협력’ 등이 있을 뿐 ‘북한인권’에 대한 언급은 없다. 따라서 ‘대북정책협력과’의 명칭과 업무에 ‘북한인권’을 추가하거나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후 중단된 대북 평화교섭이 당분간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한 점을 감안하여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북한비핵화인권실현본부’로, ‘평화외교기획단’을 ‘인권교섭기획단’으로, ‘평화체제과’를 ‘북한인권과’로 바꿔 북한인권 업무를 맡기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아울러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의 후속조치로 한·미·일 ‘북한인권 및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실무그룹’을 만들어 3자 공조를 제도화할 수도 있다.
물론 ‘인권외교’는 외교부만의 몫은 아니다. 국내에서 북한인권과 책임규명 업무를 통일부 대신 법무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일본 법무성이 ‘사법외교’ 차원에서 지난 7월6일 도쿄에서 아세안·일본 법무상 특별회의를 열었듯이 우리 법무부도 그러한 국제·지역 회의를 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국회, 언론, 시민사회의 관심과 지지가 있어야 ‘북한인권’을 비롯한 ‘인권외교’가 국내외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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