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한의말글못자리] 인물 평가 기준과 말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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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말이 있다.
예로부터 중요시해온, 인물 됨됨이를 평가하는 네 가지 기준을 뜻한다.
발언의 사회적 책임이 큰 정치인, 종교인, 각종 방송인 등마저 조리 없고 거친 말을 써서, 낮은 평가를 받음은 물론 문화의 격을 낮추기도 한다.
인물 평가에 말하기 능력을 중요시한 전통을 되살려, 청소년의 품성을 기르고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루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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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바뀐 게 ‘서’이다. 글씨의 우미(優美)함은 붓은커녕 펜을 쓸 일도 줄어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그것을 글씨에서 ‘글의 내용’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평가 대상으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풍채의 준수함을 가리키는 ‘신’도 용모나 몸가짐에 대한 생각이 매우 달라진 오늘날, 그대로 기준 삼기 어렵다. 한편 ‘판’은 ‘문리(文理)가 트였다’고 할 때의 능력, 곧 사물을 깨달아 판단하는 능력의 우수함을 뜻하는데, 잊혀가고 있지만 지금도 평가 기준으로 존중할 가치가 있다.
그러면 ‘언’은 어떤가? 말솜씨의 정밀함, 언변의 세련됨을 가리키는 그것은, ‘판’처럼 여전히 중요하다. 겉에 드러나므로 그보다 판별하기도 쉽다. 하지만 말하기가 인간의 기본적 소통과 친교 행위임에도, 흔히 ‘언’을 ‘서’나 ‘신’처럼 이제 별 쓸모가 없는 듯이 여긴다. 세상이 변하기도 했으나, 언어능력에 대한 이해가 빈약한 탓이다.
‘언’은 사람끼리 얼굴 맞대고 감정을 주고받는 만남을 전제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족이 해체되면서 서로 보듬고 예절을 차리는 가정교육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게다가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은 말을 통한 인성 교육을 저버렸다. 발언의 사회적 책임이 큰 정치인, 종교인, 각종 방송인 등마저 조리 없고 거친 말을 써서, 낮은 평가를 받음은 물론 문화의 격을 낮추기도 한다. 요즘은 매체의 발달로 ‘입말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그게 인간적 만남을 북돋기보다 오히려 저해하는 경우도 많을 성싶다. 이래저래 신언서판에서 ‘언’의 가치관은 크게 무너지고 달라졌다.
말할 줄 모르는 사람은 들을 줄도 모른다. 소통의 길이 열리고 막힌 정서가 통하려면 진실하고 능숙한 말솜씨가 요긴하다. 평가는 대상을 그 기준에 따르도록 이끈다. 인물 평가에 말하기 능력을 중요시한 전통을 되살려, 청소년의 품성을 기르고 함께 사는 사회를 이루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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