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학교별 동상·인물벽화 조사 “21세기 검열이냐”

홍범도 장군 흉상 이념공방 속
불필요한 행정낭비 반발 지속
이태규 의원 자료요구 철회
“설립기준 확인·비교 차원 ”

국방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작곡가 역사공원 조성 등을 두고 정치권의 이념 공방이 과열화 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국회의원실 요구라는 이유로 각 학교에 설치된 동상과 인물벽화 등을 조사해 제출하라는 공문을 학교 현장에 시행에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 “이념공방을 학교로 끌고 온다”며 반발,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의원실은 자료요구를 철회했다.

31일 본지 취재결과 지난 30일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도내 각 학교에 ‘[긴급] 학교별 동상 및 인물벽화 등 설치 현황 제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시행했다. 도교육청은 공문에서 “국회 이태규 의원실의 요구자료(학교별 동상 및 인물벽화 설치 현황)를 다음과 같이 안내하니, 기한 내에 제출해 달라”고 안내했다. 이 같은 공문이 시행되자 도내 일부 학교에서는 반발이 일었다. 강원도내 A고 교장은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등으로 이념논란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논란을 학교로 까지 끌고오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고, B 교장은 “불필요한 행정 낭비”라 비판했다. “21세기에 검열도 아니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다”며 크게 반발한 교장도 있었다.

이번 자료요구에 대해 이태규 의원실은 현황 파악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태규 의원실 관계자는 31일 본지 기자에게 “학교 동상 설립 기준 등을 확인해 맞는지 비교하려는 것”이라며 “각 학교에 구체적 기준 없이 무작정 동상이 세워졌거나 기준에 어긋난 부분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기준에 맞지 않게 설립된 경우가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려는 차원”이라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논란이 계속되자 31일 오후 이태규 의원실은 자료요구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의원실 관계자는 “일선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이런 것 까지 해야 하느냐’ 등의 연락이 왔다”며 “각 학교 개학 시즌이기도 해 학교에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와 자료요구는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회의원의 자료요구에는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교육청에 자료가 없다보니 학교 현장까지 공문시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정민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