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정치인 현수막 유감

공이정 2023. 9. 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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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이정 전 강원도한의사회 회장

요즘 원주 길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보면 먼저 그 난폭하고 유치한 언어 구사에 놀라고, 상대방을 헐뜯는 적의에 또 놀라고 행여 주변을 오가는 어린 아이들이 볼까 걱정이 됩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자기 정당의 정책과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을 거는 것으로 아는데 그 내용이 너무 공격적이라 보기가 무섭고 어떻게 보면 창피한 정도를 넘어 민망할 지경입니다. 의미 없는 벌거벗은 거친 언어가 길거리에서 난무하는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먼저 정치의 품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해석됩니다. 지금보다 살기가 더 어렵고 이념 갈등이 심하던 70~80년대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상대방 헐뜯기에 애쓰는 모습을 보면 정치의 격이 많이 떨어졌다고 봅니다.

정치란 간단하게 정의하면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기술입니다.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면 서로 간의 이해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고 이를 해결하자면 정치라는 기술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것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처음 마시는 공기부터 정치라고 말한다면 과한 것일까요?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어서 꿈을 꾸는 것까지 온통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모두가 정치이니 그만큼 정치가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언어폭력의 또 다른 문제는 정치 순기능을 약화시키고 시민들을 적대적으로 분열시키고 더 나아가 정치혐오를 만듭니다. 정치혐오는 대부분 정치인이 자초한 것이 많습니다. 저 난폭한 현수막처럼.

정치인을 마른 오징어 다리 씹듯이 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이 많은데 이것 또한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봅니다. 우리가 정치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정치를 희화하고 정치인을 욕하면 좋은 정치가 되기 어려울 테니까 말입니다. 세상이 기후변화로 뜨거워져서 사람의 마음도 이처럼 달궈진 것일까요. 조금 차분한 상태로 현실을 보면서 해결책을 찾아야겠습니다.

먼저 저 난폭한 현수막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폭력은 칼과 몽둥이를 들고 상대방을 해치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무기가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지 그 적대감과 공격성 심하게 말해 적의를 넘어 살의는 칼보다 무서운 것입니다. 저런 폭력을 보고 자란 어린 학생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저런 언어 폭력은 권력의 폭력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런 폭력적 현수막을 다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해서는 안 됩니다. 대개 남을 비난하는 사람은 정신이 바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되면 서로 헐뜯고 상대방 단점만 들추기에 좋은 정치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시민의 힘으로 저런 나쁜 방식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그리스어인 demos(민중)와 cratos(지배)라는 두 가지 단어의 합성어 ‘democratia’에서 유래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왕이나 소수 엘리트의 지배체제를 다수 민중의 지배체제로 바꾸는 것으로 이해해 왔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 민중의 지배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우리들이 분열하고 서로를 적대시해서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 없고 어떤 정당도 완벽하게 정책을 만들어 내고 실행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이 소중한 것입니다. 나의 단점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귀하게 대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민중의 지배 다시 말해 우리들의 지배에 합당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음력 유월 초하루에 향교에 분향하러 갔는데 어르신께서 그러시더군요. 예전엔 어른들이 똑바로 살라고 했는데 요새는 똑똑하게 살라고 한다고…. 시대가 변하고 세태가 변해도 인간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똑바로 사는 것이 제일 똑똑한 방법일 수 있다면 이 두 가지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남을 비난할 시간에 좋은 정책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서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원주의 저잣거리에서 몇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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