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삶 나누는 상인의 정 감으로 더해지는 덤
매월 4·9일 ‘5일장’…‘옛 것’과 ‘새 것’ 공존 전통시장
농산물·된장·들기름 내음 가득 싱싱한 해산물 활기 더해
장칼국수·송이닭강정 인기 메밀부침에 탁배기 한 잔
특산물 ‘연어’ 콘텐츠 육성, 통기타·색소폰 등 문화 색칠
우리들 삶의 공간이 도시화 되면서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왔다. 시골이나 동네 골목길 어귀에서 흔하게 보이던 ‘구멍가게’는 어느 순간 ‘편의점’으로 바뀌고 읍내 중심에 자리잡았던 ‘전통시장’은 도심의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주었다.
‘옛 것’과 ‘새 것’이 한 자리에 공존하고 삶과 문화가 녹아들며 넉넉한 인심과 이웃간 정을 나누던 재래시장 만의 분위기는 어느덧 대형마트 카트의 편리함에 밀려 추억 속으로 사라져간 것이다. 오랜 세월 우리의 삶을 지탱시켜준 전통시장 대신 이젠 대형마트가 도시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무수한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수백년간 한자리에서 전통을 지켜가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도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양양전통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양양전통시장은 양양읍 시가지 뒷편 시장골목에서 매월 4·9일 6번 장이 서는 ‘5일장’이다. 장이 서는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 등 소위 ‘장날’이 되면 지금도 남대천 둔치까지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차고 시내 도로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날짜 가는 줄 모르다가도 양양읍내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라도 양양장날 임을 ‘단박에’ 알아챌 정도다.
시장 가운데 아케이드가 설치돼 다소 현대적인 분위기로 바뀌긴 했지만 양양전통시장은 적어도 200여년 이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품으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평소 상설시장으로 운영되는 양양전통시장은 시장 인근까지 150여개의 점포가 운영되다 닷새마다 열리는 장날에는 난전 300여개가 더해져 비좁은 길이 상인들과 구경나온 사람들로 가득 찬다.
장터에는 직접 농사지은 곡식이나 산과 들에서 직접 캐온 푸성귀에 된장, 청국장, 장아찌, 들기름 등을 가지고 나오는 지역주민들도 많다. 동해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가자미, 문어, 대구, 홍게 등 싱싱한 해산물이 생기를 더하고 장터에 꼬박꼬박 등장하는 어묵, 통닭, 족발은 이미 양양 5일장을 상징하는 먹거리가 됐다.
꽈배기와 찹쌀 도넛, 옛날 과자, 옥수수빵, 뻥튀기도 이젠 장터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았고 장칼국수, 감자옹심이, 송이닭강정 등 양양을 대표하는 유명 맛집도 양양전통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메밀부침을 곁들인 ‘탁배기’ 한 잔은 장터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세상 변화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양전통시장도 세파에 밀려 한때 어려움을 겪었었다.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로부터 점차 멀어져 간 것이다.
하지만 지역특산물인 ‘연어’를 핵심 콘텐츠로 육성하고 장터에 문화적 색채를 입히면서 양양전통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아 생기있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양양전통시장에 조성된 다목적광장에서는 5일장이나 주말마다 통기타, 색소폰 등 음악 동호회와 문화단체의 버스킹 공연이 진행된다.
장터가 문화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5일장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가 생겨나고,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또다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점포 상인들 뿐 아니라 장터에 좌판을 펼치는 할머니들이나 상인들은 보통 10년 이상이고 30여년이 된 사람들도 있다 보니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단골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흥정 끝에 슬며시 덤을 얹어주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
20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양양시장은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일이 결코 고루함과 따분함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양양전통시장의 깊은 역사는 오랜 만남을 만들고, 오랜 만남은 양양전통시장이 삶과 문화가 공존하는 생활터전으로 그렇게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다. 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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