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하는 기자] ‘사이’가 ‘새’가 되는 일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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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게 꽃을 사 가면 웃기겠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너무 많은 이야길 쏟다 하던 이야기 멈출 때 벌어지는 전개들 너는 창밖 조용한 새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 고개를 돌리고 내가 말하는데도, 너는 한 번을 천천히 늘이면 너의 긴 한 번이 된다 아주 긴 한 번의 새가 된다 내 말은 나의 공간 그것은 너의 긴 새에 대해 조금 관여할 뿐이지만 그 새가 긴 창공을 시작하려 전 나는 네게 말하는 사람이 된다 말하는 얼굴이 된다 깜빡 졸다 깨었는데 앞사람 군장에 머리를 박고 유격장에 끌려가는 장면이 하나 분필이 졸고 있는 내 이마를 맞춘 후 정적 된 교실의 장면이 하나 그것들이 서로 자리바꿈한다면 또 이런 말 좀비가 마당에 피어나고 있다* 천천히 걸어오는 좀비가 나라면 감염된 내가 네 앞에 나타나 금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다면 그때, 네 얼굴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된다 빈 흰 너의 얼굴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송곳니> . - 이근석, 농담, 월간 현대시 2021년 11월호 <신인특집> 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었다. 신인특집> 송곳니>
그들도 처음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어쩌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일상을 파괴하는 살인범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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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게 꽃을 사 가면 웃기겠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너무 많은 이야길 쏟다
하던 이야기 멈출 때
벌어지는 전개들
너는 창밖 조용한 새에 대해 집중하고 있어
고개를 돌리고
내가 말하는데도, 너는
한 번을 천천히 늘이면
너의 긴 한 번이 된다
아주 긴 한 번의 새가 된다
내 말은 나의 공간
그것은 너의 긴 새에 대해
조금 관여할 뿐이지만
그 새가
긴 창공을 시작하려 전
나는 네게 말하는 사람이 된다
말하는 얼굴이 된다
깜빡 졸다 깨었는데
앞사람 군장에 머리를 박고 유격장에 끌려가는 장면이 하나
분필이 졸고 있는 내 이마를 맞춘 후 정적 된 교실의 장면이 하나
그것들이 서로 자리바꿈한다면
또 이런 말
좀비가 마당에 피어나고 있다*
천천히 걸어오는 좀비가 나라면
감염된 내가 네 앞에 나타나
금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다면
그때, 네 얼굴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된다
빈
흰
너의 얼굴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송곳니>.
- 이근석, 「농담」, 월간 현대시 2021년 11월호 <신인특집>에서
‘농담’처럼 하는 말이었다. ‘농담’이었어야만 했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람을 죽이거나 해치는데 쓰는 ‘흉기’가 일상을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요즘. 사람이란 존재를 되새겨본다.
사람은 분명 “많은 이야길 쏟”으며 “말하는 사람”일 텐데, 어느 샌가 소통은 줄고 각자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게 일반화가 된 것일까. 이들은 어쩌다 자신만의 세계를 부정하고 하나 둘 사회로 쏟아져 나온 걸까. 아니 어쩌면 그들은 떠밀려 나온 게 아닐까.
하루가 멀다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사건’들은 예견된 ‘사고’일지 모른다. 그들도 처음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 텐데, 어쩌다 평범한 얼굴을 하고 일상을 파괴하는 살인범이 된 것일까. 수많은 질문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면 ‘날이 선’ 사람을 자주 마주한다. 이는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각자의 ‘방’에서 키워 온 지속된 단절로 ‘마음의 병’을 키우고 “나의 공간”만을 확장했을 테니까.
코로나보다 무서운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바이러스처럼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빈”, “흰” 얼굴들이 유령처럼 떠도는 거리. 난도질당한 일상이 회복되는 건 불가능한 걸까.
‘사이’의 준말은 ‘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좁혀져 “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말하는 얼굴”에서 “아주 긴 한 번의 새”를 읽었으면 한다.
평온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면 “커다랗게 클로즈업”되는 상대방을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들의 “새”는 어디로 날아간 걸까. 박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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