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감형? 여성계, '성폭력 감형' 이균용에 "대법원장 안 돼"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판사 재직 당시 여성폭력 가해자의 형량을 '가해자의 젊은 나이' 등을 이유로 감형해온 이력이 밝혀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여성인권 퇴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여성계는 이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57개 여성단체는 지난 30일 "이 후보자는 그간 여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형하고, 여성 인권을 퇴보시키는 행보를 보여왔다"라며 "(윤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력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제대로 된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라"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자는 과거 여러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 원심 형량을 감형했던 이력이 드러나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가령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금전적 대가를 빌미로 아동을 유인해 학대·추행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 남성 A씨에게 원심 징역 3년 6개월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지난 2020년엔 12세의 피해 아동을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가한 가해 남성 B씨에게 원심 징역 10년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범죄 전력이 없고, 범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개선, 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 등을 감형 사유로 제시해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과거 판결은) 신중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단체들은 "해괴한 답변"이라며 "이 후보자는 성차별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과거 판결을 반성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또한 '성범죄자들에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이 후보자가, 반대로 성폭력·성차별 피해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균용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 삼권에서의 성평등이 완전히 후퇴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이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스토킹 살해 피해 여성의 유족들이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며 제기한 국가배상금청구소송도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이 '계단에서 갑자기 여자가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서 끌고 들어갔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였으나, '범죄 정황이 없고, 안에 누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현장 진입을 거부한 끝에 발생한 사건이다.
판결에서 이 후보자는 "'여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라는 신고 내용만으로 살인사건이라거나 피해자의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닥쳤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의 스토킹 미흡 대응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해 남성회원에게만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하던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의 여성 회원들이 '여성에게도 임원 선출권 등이 있는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단체의 내부적 문제"라며 원고의 패소로 판결하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당시 사건은) 명백한 성차별임에도 재판부는 해당 단체의 내부적 문제로 귀결시켜 여성 인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온 이 후보자가 대법원의 수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꼬집었다.
관련하여 이 후보자는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은 '양형요인을 신중히 고려한 결과'일뿐이라며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 판결이 잘못된 판결임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여성계는 "그간 대법원은 2013년 아내 강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 2018년 성폭력 사건의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몇 가지 중요한 순간에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판결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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