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월드컵 정상에 가봤어, 그다음 목표 뭐니? 난 산의 정상으로 간다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지난 2020년 29세의 어린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해 충격을 준 선수가 있다.
"축구에서 직면한 외로움과 끝없는 경쟁을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다."
그는 은퇴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안드레 쉬를레다.
쉬를레는 현역 시절 마인츠, 레버쿠젠, 첼시, 볼프스부르크, 도르트문트 등에서 활약한 공격수. 독일 대표팀으로 발탁돼 A매치 57경기에 나서 22골을 성공시켰다.
많은 우승도 경험했다. 첼시에서 EPL 우승과 리그컵 우승을 경험했고, 볼프스부르크와 도르트문트에서 포칼컵 정상에도 올랐다.
뭐니 뭐니 해도 쉬를레 최고의 우승 경험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독일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여한 쉬를레는 독일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장면. 아르헨티나와 결승전. 연장 후반 7분 터진 마리오 괴체의 골. 우승을 확정을 짓는 결승골이었다. 이 골을 어시스트한 이가 바로 쉬를레였다.
축구 선수로서 월드컵 우승을 경험해봤다면, 어쩌면 축구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룬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장 큰 목표를 이룬 뒤, 이 시점에서 사람은 두 갈래로 갈린다. 다시 한번 가장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 아니면 첫 번째 목표를 이뤘으니 다른 목표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 쉬를레는 후자였다.
그가 은퇴 이유에서 밝혔듯이,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에 들어가기 싫었던 것 같다. 한 번 해봤으니 됐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지는 않았다. 치열함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다른 치열한 목표를 세웠고, 그 일을 치열하게 해내고 있다.
월드컵 정상에 섰던 것처럼, 쉬를레의 다음 목표 역시 '정상'에 서는 것이다. '산의 정상'을.
최근 쉬를레의 SNS가 큰 화제가 됐다. 그가 독일 웨스타인 산맥(동알프스)의 추크슈피체산을 등반하는 모습을 올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산은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여름에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 해발 2962m다.
쉬를레는 영하의 온도에 상의를 탈의한 채 배낭을 메고, 반바지, 장갑만을 착용한 사진을 올렸다. 극한의 고통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또 암벽을 타고 있는 모습도 함께 소개했다. 쉬를레가 축구를 그만두고 어떤 치열한 도전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다. 축구를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정상이 그리웠다.
쉬를레는 이번 한 번으로 멈출 생각이 없다. 유럽 전역의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밝혔다.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축구를 한 이가 최고 수준의 산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제 겨우 32세의 젊은 쉬를레는 이렇게 다짐했다.
"다음 산의 정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후에 나는 또 다른 산의 정상으로 오를 것이다. 나는 더 높이 올라갈 것이다. 나는 이것이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기대된다. 나는 멋진 도전을 희망한다."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다음 등산부터는 꼭 모든 의상을 착용할 거라고.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안드레 쉬를레.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안드레 쉬를레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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