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통일부, 제대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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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말의 일이다.
통일기반 조성 업무를 담당하는 통일부 과장이 문승현 차관 방을 찾았다.
많은 이들이 통일부 업무의 전부가 남북 교류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교류협력은 통일부 업무의 20∼30%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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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통일전략 ‘롱 텔레그램’ 역량 갖추라
새만금 잼버리 사태로 일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다. 이런 공무원 조직으로 나라 망한다는 자조까지 고위 당국자 사이에서 들린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에도 나와 자기 업무에 적극 임하는 실무급 공무원들이 있다. 폐지론에 이어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으로 뒤숭숭한 통일부 소속이다.
통일부는 정원의 13%에 해당하는 81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 중 일부는 다른 부처로 갈 기회가 있다는 이직 권고를 듣는다. 일부는 교육을 가고 파견을 간다. 대기발령 상태인 공무원도 있다. 남북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은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합됐다. 교류협력이라는 말은 국장급 이상 부서에서 사라졌다.
그동안도 가장 약한 부처라는 말을 들었다. 정권마다 부침이 심했다. 통일부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시효가 3년이라는 점이 회자된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일로 징계 대상에 올라 조사받는 공무원들이 많다 보니 나온 말이다. 3년 이전의 일은 징계받지 않으니 뭐라도 하려면 정권 초에 하고 그다음부터는 복지부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다. 사기가 크게 떨어진 통일부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도 보통 공무원들은 기피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준비해 차관과 토론하는 공무원이 통일부에 있다.
많은 이들이 통일부 업무의 전부가 남북 교류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교류협력은 통일부 업무의 20∼30%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준비하고 대한민국에 이런 권리가 있다는 걸 대내외에 적극 알리는 게 통일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 영토에까지 대한민국의 연고권이 있음을 알리는 가장 핵심적인 부처다. 그것이 통일부 존재의 이유다. 그런데도 이를 잘 모른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남북 교류협력은 남북이 국가와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민족 간 특수관계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교류협력 자체가 목적이 되고 이권으로 문제가 생겼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2019년 북한에 소금을 지원하겠다며 5억 원 보조금을 받았는데 정작 위탁을 맡긴 업체는 소금을 구매하지 않았다.
지금 통일부가 위기라지만 오히려 특수관계인 북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제대로 된 교류협력 방안을 연구할 기회다. 북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새로운 통일 전략을 수립할 기회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대북-통일 장기 전략의 기틀이 될 제대로 된 보고서가 나온 적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1946년 미국 외교관이었던 조지 케넌은 8000자나 되는 장문의 전문(롱 텔레그램)을 본국에 보냈다. 소련 동향을 심층 분석한 그 보고서는 미국의 소련 봉쇄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북한 봉쇄 정책을 염두에 두라는 게 아니다. 어떤 방향이든 통일부가 한국 정부의 장기적인 대북-통일 전략의 기반을 만들 롱 텔레그램을 작성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움직일 때 통일부는 강한 부처로 거듭날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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