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차관 다녀간 뒤 어민 집회가 사라졌다
‘딩동댕동’. 2023년 8월29일 아침 6시. 전라남도 여수시 어항단지의 수협 위판장 스피커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총무과에서 알려드립니다. 금일 방사능 검사 결과 미검출로 확인됐으므로 지금부터 금일 경매를 진행하겠습니다.” 방송이 끝나자 빨간 모자를 쓴 인물이 호루라기를 크게 불었다. 이날 경매 진행을 맡은 경매사다. 그 주위로 파란 모자를 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위판장을 찾은 중매인들과 시장 상인들이다. 마이크를 찬 경매사의 입이 열릴 때마다 파란 모자를 쓴 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십, 십, 십일만, 십일만 이천에, 육천에, 십이만. 사십구 호.” 오징어가 49호 중매인에게 낙찰됐다.
수산시장엔 “사람 없다” “큰일 났다”는 말만
여수 수협 위판장에서 경매 시작 전 안내방송이 나오는 건 일주일 전부터다. 정부는 8월21일부터 국내 물량 80%를 점유하는 전국 43개 위판장에서 유통 전 방사능 신속검사를 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수산물이 유통된 뒤 검사를 확인하는 방식이었지만, 유통 전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날 경매 전 진행된 방사능 검사에서 검출된 것은 없었지만, 오염수 방류 전에 비하면 수산물도 경매 인원도 평소보다 줄었다. 이곳 위판장에서 수산물 운반과 하역 업무를 하는 한 직원은 “등록된 분이 한 50명 되는데 오늘은 30~40명 정도 나왔다”며 “물량도 한창 바쁠 때의 4분의 1 정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경매가 진행되는 위판장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수산물을 파는 시장에 비해선 활력이 도는 편이었다. 8월28일 오전에 찾은 여수 수산물시장과 수산물특화시장에선 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진열대에는 갓 잡은 수산물부터 잘 말린 건어물까지 가득한데, 그 사이 통로를 걷는 사람이라고는 상인들이 전부였다. 수산물특화시장에서 8년째 건어물을 파는 최아무개(66)씨는 “사람이 없다” “큰일 났다”는 말만 반복했다. “물건을 못 팔아서 재고가 썩어부러 썩어부러. 멸치도 지금 못 팡께 얼마를 버렸는지 모른다. 명절 전이라 원래 같으면 엄청 붐비고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자네.” 매일 저녁이면 팔리지 않아 내다 버린 수산물로 시장 쓰레기통이 가득 찬다고 했다.
최씨가 겪는 상황은 여수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8월24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전후로 전국의 수산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 가장 우려했던 사람이 바로 최씨와 같이 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처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혔을 때 국내의 모든 수산업 종사자와 관련 단체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반대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수연), 수협중앙회 등이 한목소리로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방류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2023년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일부는 침묵했고, 일부는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으며, 일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21>은 8월28~29일 국내 어업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나오는 전남 여수, 고흥, 완도를 찾았다.
6월12일엔 국회 앞 3천 명이 집결했는데
2021년 일본 정부의 발표 이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가 다시 나온 것은 2023년 6월쯤이었다. 5월 정부시찰단이 일본을 다녀왔고, 6월 초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이 완공되며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도쿄전력이 방류 관련 설비의 시운전을 시작한 6월12일, 국회 앞에 어민 3천여 명이 모여 전국어민대회를 열었다. 미처 서울까지 오지 못한 사람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투쟁을 시작했다.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보다도 더 남단에 자리한 완도군 노화도에 사는 김삼호(51)씨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를 8월29일 완도항 1부두 앞에서 만났다.
한국수산업경영인 완도군연합회 부회장인 김씨는 6월23일 완도항 1부두 앞 공원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주최 쪽 추산 완도군 어업인 700여 명이 참석했고 어선 200여 척도 바다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방류 전까지 시위를 더는 하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6월23일 시위를 시작으로, 전국 단위의 시위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완도군 어민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어민들과 모여 목소리를 내는 일은 더는 생기지 않았다.
애초 한수연은 7월25일 서울에서 오염수 방류 반대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었다. 전국에 회원 3만여 명이 있는 만큼, 이들이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부와 국민에게 어민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중앙이사회에서 집회를 앞두고 돌연 날짜를 8월4일로 연기했고, 다시 취소했다. 이에 반발한 전남 지역 연합회는 독자적으로 집회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김씨는 이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처음엔 수협이 한수연 집회를 지원해주기로 했어요. 근데 지원하지 말라는 외압이 들어온 거예요. 수협이 돌연 집회 지원을 취소했어요. 그럼 어쨌든 지원이 없어도 한수연 차원에서 시위하면 되잖아요. 그런데 김성호 (한수연) 회장이 안 한 거죠. 그래서 전남이라도 해보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시군 단체장들로부터 외압이 들어와요. 하다못해 완도군연합회 부회장인 나한테까지. ‘느그 완도 시위하러 가봐라. 왕따당할 것이다. 내년에 예산 없다’ 이런 식으로요.”
김씨는 완도군만이라도 다시 시위를 열어보려 했지만 또 다른 ‘외압’이 들어왔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예고도 없이 양식장 단속에 나선 것이다. 전라남도는 8월 중순 무면허 양식이나 면허 면적 초과, 유해화학물질 보관과 사용, 기타 양식장 불법행위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시작했다. 김씨는 “예고도 없이 사상 유례없이 강력하게 하고 있다”며 “공문을 보내고 유예기간이라도 줘야 하는데 당장 보트를 띄워 구석구석 다 찌르고 다닌다. 어민들 입장에선 완전 보복성 단속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완도군 어민들은 별도의 추가 집회를 열지 못했다.
“더 토론하자”며 수협 대회 당일 취소
김씨가 지적한 곳들은 서로의 탓으로 책임을 넘겼다. 김성호 회장은 “수협이 예산 3억원을 주기로 했는데 연기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연기했다”며 “(전라남도 단독 집회는) 전라남도청에서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는 취지의 문자를 김씨에게 보냈다. 수협 관계자는 <한겨레21>에 “한수연에서 집회 관련 협조 공문을 보낸 사실 자체가 없다”며 “자체적으로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청 관계자는 “한수연 전국 집회는 수협중앙회에서 지원이 거부된 것으로 알고 있고, 지원되지 않아서 전남을 제외한 지역이 빠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남 지역) 시군에서도 집회를 막거나 집회에 참여하면 예산을 주지 않는다는 식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별단속에 대해선 “무허가 양식장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 많아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민원 때문에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집회 전 12개 광역시 연합회장이 모인 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방류하는 것도 아닌데 (방류 반대보다는) 어업인 지원 대책과 소비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시위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추후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목소리를 내자고 잠정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협의 지원 문제도 지원해줘야만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큰 의미가 없는 문제”라며 “(해양수산부 쪽의 외압 등도)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수산업 종사자의 이익 증진과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수협도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모으지 못했다. 수협중앙회는 전국 조합장들을 모아 6월22일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당일 취소했다. 수협 관계자는 “결의대회를 당일 취소한 것은 맞다”면서도 “전국에 91개 조합이 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강한 메시지를 줘버리면 실제 방류됐을 때 안심하고 먹어달라고 말하기가 곤란해진다는 의견이 있어 더 토론해보자는 차원에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어민들은 수협이 조합원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뿐더러 대응 방식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전국어민회총연맹 영광지회 사무국장 김정환(38)씨는 이렇게 말했다. “수협은 지금까지 한 번도 어업인 편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어민회총연맹에서) 집회하려고 예산을 요청해도 거들떠보지도 않고요. 수협은 판매 촉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원인이 없으면 되는 거잖아요. 너무 간단한 문제예요.”
수협과 한수연은 오염수 방류 이후 국민의힘과 발을 맞추고 있다. 방류 개시 다음날인 8월25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수협중앙회를 찾아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과 김성호 한수연 회장을 만났다. 당시 열린 수산물 지키기 현장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야당이 괴담과 선동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수협-급식업체 간 상생협력 협약식’에도 노 회장과 김 회장이 참여했다. 김정환 사무국장은 “노 회장은 어민회총연맹을 만나 어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믿고 기다려달라 했는데 정작 방류 이후엔 국민의힘이랑 같이 나오더라”라고 비판했다.
수협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정성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수협의) 스탠스를 바꾼 것”이라며 “이제는 국민이 믿고 먹어달라는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는 것이고,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쟁점화된 뒤 움직이지 않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전국어민회총연맹의 분위기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 8월29일 전남 여수에서 만난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전국의 어민들이 “쪼개졌다”고 했다. 그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발표 이후 여수에서 처음으로 반대집회를 연 인물이다. 당시만 해도 한수연이나 수협중앙회 등 여러 단체가 함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2023년 6월12일 어민회총연맹 등이 국회 앞에서 처음 반대집회를 연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수연이나 수협중앙회는 정부 따라 움직이겠지만 우리는 상관없어요. 2023년에만 전국을 돌아다니며 집회를 열 번 이상 했고. 근데 문제는 정치 쟁점화되다보니 강원도나 경북, 경남 쪽 어민들이 안 움직이는 거예요. 그쪽이 국민의힘 지지잖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은 (집회를) 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그래서 못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도 그쪽 넘어가서 집회 한 번도 못했어요.”
이렇게 분위기가 나뉘게 된 배경에는 해양수산부의 움직임도 있었다. 6월12일 처음으로 어민들이 국회 앞에 모인 이후 해수부는 6월13일부터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과 경상남도, 강원도 등 권역별로 수산물 안전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해수부 차관과 실·국장급이 지역 어업인을 만나 설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차관이 어민단체장들 만나가며 설득하는데 누가 움직이겠느냐”며 “해수부가 ‘집회하고 그럴 일 아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이야기해라. 다 해주겠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정부를 등에 업고 방류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공격하는 어민단체들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름만 어민, 어업이 들어간 단체들이 있다”며 “정부 입장을 대변해주는 단체인데, 최근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고발했다. 그런 걸 보면서 과학자들이 입을 다물고 위축됐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되는 데 5개월이 걸리고(정부 주장 4~5년), 방사성물질이 해양생태계 먹이사슬로 침투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온 인물이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라는 단체에서 서 교수를 경찰에 고발했다. 보수언론도 동참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전국 어민들, 日 오염수 과장한 서균렬 교수 고발’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 내용에는 해당 단체에 전국 1만5천 명 이상의 어민이 가입했다고 돼 있다. 전국어민회총연맹에 가입한 어민은 2만여 명이다.
이렇게 어민들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사그라지는 동안 일선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전남 고흥군 녹동항의 회센터에서 중매업을 하는 장민수(54)씨도 그중 한 명이다. 8월28일 만난 장씨는 말을 마칠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매출이 평소에 비해) 반토막 정도도 아니고 아예 없어요. 말할 필요도 없어요, 입만 아프지.” 그는 “정치권에서 죽어라 싸우는 것이 결국 나 같은 어민들만 죽이는 꼴”이라고 했다. “여기(고흥)서 데모 안 한 사람 없어요. 다 우리 생계잖아요. 어쨌든 오염수 방류는 기정사실이잖아요. 그런데도 매일 싸우기만 해요. 이놈들은 방류해도 괜찮다 하고, 저놈들은 오염수 안 된다 하고. 당장 여기(회센터)에는 아무도 안 오거든요.”
정부와 지자체를 향한 기대도 사라진 지 오래다. 고흥군 어민회장인 박형근(50)씨는 “그래도 이전엔 어민들이 관에 가면 직원들이 내려와서 만나고 집회하면 행정에서도 (공무원들이) 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소통이 안 된다”며 “정부가 우리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것 같고, 전달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흥군 어민회는 지금껏 세 차례 서울로 집회를 갔다. 처음엔 700여 명, 두 번째 집회 땐 500여 명, 세 번째 때는 70~80명으로 줄었다.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는 무력감에 주민들도 점차 떨어져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보니 대한민국 각 시군구 단체장들도 눈치를 보는 거예요. 공무원은 이해한다고 쳐도 단체장은 우리 국민이 뽑았잖아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대변인 역할을 하라고 뽑아놓았는데 중앙정부 눈치만 보고 한마디도 못하는 게 말이 되나요.” 김삼호씨가 말했다.
완도군 어민 80%가 파산을 생각한다
정부는 8월29일 2024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해수부 예산은 2023년보다 1900억원 늘어난 6조6233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은 7319억원이 배정됐다. 2023년(5240억원)보다 2079억원 증액됐다. 해수부는 “2022년 예산(2997억원)보다 두 배 이상 확대했다”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예산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일선에서 어려움을 겪는 어민을 위한 증액으로 보기 어렵다.
해수부는 크게 ‘유입 감시’와 ‘수산물 안전’ ‘수급 및 경영안정화’ 세 항목으로 나눠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을 배치했다. 이 중 앞의 두 항목은 방사능 검사, 점검 예산이다. 어민에게 직접 도움이 될 예산은 ‘수급 및 경영안정화’ 항목인데 그마저도 실질적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완도에서 13년째 전복 양식을 하는 김태환(49)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마냥 안전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투트랙으로 가야죠. 수산물을 신뢰하도록 국민을 향해선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어민에겐 1년이든 2년이든 버틸 수 있도록 현실적 지원을 해달라는 거예요. 지금 완도군 어민 80% 이상이 파산을 생각하고 있어요. 회생은 법원에서 웬만해선 받아주지도 않거든요. 어민 대부분이 빚내어 양식하기 때문에 이자 유예처럼 최대한 지출을 줄이도록 지원해줘야 해요.”
그러나 해수부 예산 증액 항목을 보면 수산물 비축분을 늘린다거나 상생 할인 기간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만 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이 2023년 200억원에서 2024년 1천억원으로 늘었지만 어민에게 추가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다. 유일하게 기존 대출금에 대해 정부가 이자 차액을 일부 보전해주는 ‘이차보전’관련 예산은 2023년 1238억원에서 2024년 1233억원으로 줄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정부가 보전해주는 금액이 줄어드는데 2024년엔 금리 상황이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대출받은 어민이 부담해야 할 이자는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사람들 다시 찾을 때까지 기다릴밖에
“지원금 몇십만원 준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어요. 그렇다고 지자체가 오염수를 막을 수 있나요? 일본이 갑자기 오염수를 (방류) 안 할 것도 아니고요. 결국 저희는 사람들이 다시 수산물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죠. 다른 방법이 뭐가 있어요, 이게 현실이에요.”
장민수씨가 이야기하던 중 회센터 안에 알림음이 울렸다. 오후 1시55분, 회센터 옆에서 진행되는 간이경매다. 중매인 30여 명이 경매대 앞에 섰다. 남해 앞바다에서 막 잡아 올린 꽃게와 장어 등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올라왔다. 경매장은 회센터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중매인들은 열심히 수첩에 숫자를 적어 보였다. 경매사는 연신 눈알을 굴리며 금액을 불렀다. 열띤 경매가 열리는 경매장 뒤로 회센터 진열대가 보였다. 그 사이 통로엔 아무도 없었다.
고흥·완도·여수(전남)=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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