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쓸곳 어디없나” 궁리만...중동 큰손, 한국 3형제 투자한다는데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8. 3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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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조 운용 UAE 국부펀드 韓투자 확대
반도체·배터리·엔터테인먼트 업종 주목
올 IPO까지 보폭넓혀...수십조 자금 기대
UAE(아랍에미리트연합)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반도체, 배터리,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국 투자에 속도를 낸다. 1130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3대 펀드가 한국 주력 산업에 관심을 가지며 관련 업체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며 대체 시장으로 한국이 주목받음에 따라 두바이투자청(ICD), 무바달라 등 중동의 여타 펀드도 국내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ADIA는 반도체, 배터리, 엔터테인먼트를 한국 투자의 주요 테마로 선정하고 관련 산업 스터디에 돌입했다. ICD, 무바달라 등 UAE의 2, 3대 국부펀드도 유사한 기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투자에 정통한 한 IB 업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1월 UAE 방문, 5월 UAE 투자 기관의 방한이 이뤄진 뒤 UAE 국부펀드 실무진 차원에서 한국 투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왔다”며 “이들은 한국 투자를 통해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엔터테인먼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UAE 국부펀드가 한국 산업에 관심을 가진 건 연초 양국 정상회담 이후다. UAE 측이 40조원 투자를 결정한 이래 KDB산업은행이 UAE 국부펀드 측에 한국 자본시장 생태계를 직접 설명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5월엔 산업은행이 무바달라와 투자 파트너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주요 국부펀드가 한국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10곳 상당과 미팅을 갖기도 했다. 무바달라는 한국투자전담팀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배터리, 엔터테인먼트에 주목하는 건 이들 산업의 성장성 외의 요인도 있다. UAE 국부펀드는 한 번에 투자를 집행하는 규모가 큰데, 대규모 자금을 수용할 만한 산업이 국내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UAE 국부펀드들이 국내에서 경쟁입찰 형식으로 진행되는 투자에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UAE 측이 원하는 투자 집행 규모가 너무 커서 한국 기업이 거절하는 상황이 몇 차례 있었다”며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현재 산업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고속 성장이 지속되는 섹터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실제 UAE를 비롯한 중동 펀드가 한국에 집행한 투자는 주로 수천억원 이상이다. 지난 1월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5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GS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보톡스 제조사 휴젤을 1조7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에 대한 PIF의 누적 투자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올해 들어서는 UAE 펀드들이 한국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관심의 범위를 넓히는 양상이다.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알멕이 대표 사례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해당 IPO 수요예측에 참여시키며 흥행을 유도했다. 국내 IPO 역사상 ADIA가 직접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은 최초다. ADIA는 파두의 수요예측에도 참여해 물량을 받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에서는 몇 년 새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드러나며 한국 산업이 오일머니를 유치하기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본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미중 갈등에 이어 근래 들어서는 경기 둔화와 부동산 위험까지 부각되며 중동 투자자들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모색하는 중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금융업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이 중국의 위험을 기회 삼아 중동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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