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 개정된 '바이오시밀러' 평가지침...유연성 확대에 중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사용 경험이 쌓이면서, 다양한 사례들을 근거로 평가기준도 보다 유연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만든 바이오시밀러 평가 가이드라인은 2009년에 처음 제작된 이후, 지난해 4월 첫 개정 작업이 이뤄졌다. 수 차례의 시장조사를 거쳐 평가 지침에도 13년 만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의 요지는 이렇게 정리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해 효과 및 안전성 등 동등한 품질을 갖춘 생물학적제제들을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로 통칭하는 한편, 제품의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면 추가적인 상호교환성 비교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WHO 강혜나 박사(NSB 팀)는 31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제9회 2023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GBC 2023) 유전자재조합의약품 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강 박사는 "2009년 제정된 가이드라인에서의 대원칙이 바뀌지는 않았다"면서도 "최신 개정판에는 동일한 원칙을 기준으로 사용 경험이 늘면서 사례들을 근거로 평가에 유연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WHO 가이드라인: 바이오시밀러 평가'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선 용어 사용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2009년 최초 평가 가이드라인에선 'SBP(Similar biotherapeutic product)'라는 이름으로 해당 바이오의약품들을 분류했다. 당시엔 개발 중인 바이오 복제약들의 수가 많지도 않았고 기준도 명확치 못 했다. 이미 허가를 받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레퍼런스 약물 또는 오리지네이터)과 비교해 품질과 안전성, 효과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춘 바이오치료제품들을 통칭하는 수준 정도였다는 평가다.
강 박사는 "바이오시밀러 평가에 대한 WHO 가이드라인이 2009년 처음 발표되고, 2014년에 첫 결의안이 나왔다. 그리고 2019년 10년간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며 "화학합성의약품들에 비춰 '바이오 제네릭'과 같은 개념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용어 사용과 관련해 시행한 2019년 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오시밀러 용어 사용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많이 판매되는 블록버스터 생물학적제제들 대부분은 이제 바이오시밀러를 가지게 됐다"며 "더불어 큰 회사들 위주로 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생산이 치중됐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이집트를 비롯한 인도, 이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현지 로컬 지역에서도 바이오시밀러의 생산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이러한 분위기는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를 야기한다"며 "바이오시밀러가 다양한 지역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면 결국 비싼 약가를 줄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다양한 바이오시밀러 품목들의 개발이 늘면서 약물 관리에 대한 부분은 추가로 주문했다. 강 박사는 "오리지네이터나 바이오시밀러가 아니고 중간에 위치한 카피 버전의 바이오의약품들도 더러 있다. 이러한 약물은 다른 이름으로 불려져야 한다"며 "이들 약물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안전성의 문제"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나쁜 얘기가 들리면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바이오시밀러와 이러한 약제를 명확히 구분하는 일을 WHO에서도 최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 이어 일본 규제기관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켄지 하야미츠 박사가 '일본의 바이오시밀러 규제 및 가이드라인'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의약품 규제 방향성과 함께 바이오시밀러 비교 임상에 대한 기준을 소개했다.
하야미츠 박사는 "최근 WHO 가이드라인은 물론 다른 국가의 규제 규정에 있어서도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의 동등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면 추가적인 동등성 비교 임상(상호교환성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추세로 변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상호교환성 임상이 필수적인 허가 절차에서 제외될 경우, 추가 임상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등 상당 부분이 절약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는 의료진의 처방 없이 약사의 임의 처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상호교환성을 입증한 후 대체판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오시밀러 간 교차처방과 관련해서도 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품목들 사이에 동등한 임상적 결과가 나온다면, 약을 바꿔도 환자 위험성이 증가하지 않을 경우 교차처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30일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하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주관으로 열렸다. 행사는 오는 9월 1일까지 총 3일간 개최된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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