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품은 부산, 곱씹어라…‘홀대하면 떠난다’
여자농구 BNK에 아무 설명 없이
KCC와 사직체육관 ‘동거’ 결정
아이파크 축구단 양해 안 구하고
“야구장 재건축 기간 홈구장 사용”
KT 농구단과 ‘결별 교훈’ 새겨야
부산시는 최근 프로농구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KT가 수원으로 떠난 지 2년 만에 KCC를 품에 안은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KCC는 2001년부터 22년간 전주시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나 체육관 신축 문제가 7년째 해결되지 않으면서 부산시의 손을 잡았다.
부산시는 KCC 설득에 적잖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KT가 홈구장으로 썼던 사직체육관을 내준 것을 비롯해 각종 지원책들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직접 KCC의 스폰서 물색을 책임진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는 무성의했던 전주시 대응과 비교됐다.
전주시는 프로야구 퓨처스리그(2군) 유치를 위해 2026년까지 야구장을 짓는 데 신경을 쓰느라 ‘잡은 물고기’의 귀중함을 잠시 잊었다. 최형길 KCC 단장은 “농구장 이야기는 쑥 들어갔는데, 야구장 건립 기공식이 한 달 만에 진행되는 걸 보면서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부산시도 잡은 물고기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똑같다. 부산시가 올여름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를 홀대한다고 비판을 받았던 일련의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부산시가 지난 3월 사직야구장의 재건축 공사 기간(2026~2028년) 대체 구장으로 부산 아이파크의 양해도 없이 홈구장인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사용하겠다는 용역안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부산시는 5월 드림콘서트 공연을 위해 부산 아이파크를 구덕운동장으로 내쫓더니 8월에는 이강인(22)이 입단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의 한국 투어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잘못의 전형이었다.
부산시의 갑질에 가까운 행보는 KCC를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미 사직체육관을 쓰고 있는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에 어떤 설명도 없이 KCC와 한 지붕 두 집을 만들었다. 2년 전 사직체육관 보조경기장 활용 문제로 KT와 마찰이 시작돼 끝내 이별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찜찜하기 짝이 없다.
부산시는 이제 야구의 도시를 넘어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잡을 기회를 잡았다. 부산시가 스포츠를 매개로 2030년 엑스포 유치까지 욕심낸다면 어렵게 잡은 물고기를 잘 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롭게 잡힐 물고기도 늘어날 수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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