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올랐지만 지금이라도…서학개미들 쓸어담은 이 종목
2분기 호실적에 ‘저평가’ 분석 나와
16년만 최고 찍은 美 장기채 금리에
장기 금리 하락 베팅 ETF 투자도 늘어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8월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국내 미국 주식 개인투자자들이 2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는 지난 7월에는 순매수 상위 종목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으나 지난달 들어 매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순매수 규모는 1억2493만달러(1652억원)에 달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 ‘디렉세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도 순매수 상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순매수 규모는 9062만달러다. 지난 7월에는 순매수 상위 16위, 매수금액도 146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8월에는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학개미들의 이달 반도체 투자가 늘어난 것은 엔비디아 실적이 공개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엔비디아는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7달러로 월가 예상치였던 2.07달러를 30% 상회했고 매출액도 월가가 예상했던 111억3000만달러 대비 20% 이상 높은 135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주당 순이익은 지난 1분기보다 148% 늘었고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429% 증가한 수치다.
투자자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든 것은 실적 전망치도 대폭 상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3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기존 126억1000만 달러에서 27% 높은 160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한달새 5.4% 올랐다. S&P500 지수가 같은 기간 1.6%, 나스닥 지수는 2.3%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두드러지는 상승률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 들어 200% 이상 올랐음에도 월가에서 아직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배런스는 2024년 이익 추정치를 반영한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수준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같은 방식으로 이익추정치를 반영해 집계한 테슬라의 PER은 50배 수준이었다.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익 기대치가 더 큰 비율로 오르면서 주식 가치에 대한 평가 수준을 오히려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속하는 엔비디아와 동시에 미국 장기채 ETF 투자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미국 10년물 장기채 금리가 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34%에 달할 정도로 상승하며 시장에 공포를 불러왔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지난달 미국 개인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고채권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고채(TMF)’ 였다. 순매수 금액은 1억9221만달러(2541억원)에 달한다. 같은 만기의 국고채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ETF ‘아이셰어즈 20년+ 국고채(TLT)’도 5979만달러어치 순매수해 상위 5위에 올랐다. 해당 ETF 역시 순매수 금액이 지난 7월 3229만달러에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서학 개미들의 이같은 투자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미국 경기도 경고음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9월에도 통화정책 조기 완화 기대를 차단할 것으로 판단하는데, 일자리 증가세 둔화, 시중은행 대출 기준의 강화, 신용카드 연체액 급증 등을 고려하면 미국 가계 재무 상태도 꾸준히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시장에서 추가 긴축 겨계심을 완화할 수 있으며 장기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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