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대주자 미친 판단력 동점+10회 박해민 끝내기' LG 극적 3연패 탈출…'정철원 36구 불사' 두산 3연패[잠실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LG 트윈스가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3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LG는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연장 10회 3-2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선두 LG는 시즌 66승41패2무를 기록했고, 6위 두산은 3연패에 빠져 시즌 성적 54승54패1무를 기록했다.
# 선발 라인업
LG: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문보경(3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문성주(좌익수)-박해민(중견수).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
두산: 정수빈(중견수)-김재호(유격수)-호세 로하스(지명타자)-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허경민(3루수)-조수행(우익수). 선발투수 곽빈.
#LG 버팀목 켈리 호투했는데…김재환이 한 방 먹였다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도 어깨가 무거웠다. 아담 플럿코가 지난 29일 골반 타박상으로 이탈하면서 복귀까지 4~5주가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상 잔여 시즌 등판이 어려운 상황. 켈리라도 선발진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지 않으면 1위 사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켈리는 염경엽 LG 감독의 기대에 충분히 기대하는 투구를 펼쳤다. 6이닝 93구 7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 151㎞에 이르는 직구에 커브(28개)와 체인지업(13개), 커터(18개) 등을 섞어 두산 타선을 상대로 잘 버텼다. 그러나 타선의 지원을 단 한 점도 받지 못하고 승패 없이 물러났다.
켈리는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기분 좋게 시작했다. 올 시즌 100번째 탈삼진으로 5년 연속 100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KBO 역대 18번째 기록이었다.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 도움을 받으면서 첫 만루 위기도 넘겼다. 켈리는 2회초 김재환과 허경민에게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이어 조수행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나 싶었는데, 오지환이 몸을 날려 중견수 쪽으로 타구가 빠져나가기 전에 낚아채면서 내야안타로 처리했다. 실점 없이 2사 만루 상황으로 이어졌고, 켈리는 정수빈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무실점으로 버텼다.
3회초도 오지환의 도움이 컸다. 선두타자 김재호를 1루수 땅볼 송구 실책으로 내보냈다. 켈리가 오스틴이 던진 공을 잡으려다 넘어졌을 정도였다. 켈리는 로하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고, 다음 타자 양의지를 상대해야 했다. 양의지의 타구가 3루수 쪽 깊게 흘러갔다. 내야안타를 기록할 수도 있을 법한 타구였는데, 유격수가 이 타구를 잡고 곧장 2루로 송구해 6-4-3 병살타로 연결했다. 타자주자 양의지의 발이 느렸기에 가능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일차적으로 오지환의 수비가 좋았다. 무사 1, 2루 위기는 2사 3루로 바뀌었고, 켈리는 양석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또 한번 웃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6회초 2사 후 양석환에게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얻어맞은 게 뼈아팠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김재환이 켈리에게 좌전 적시타를 뺏어 0-1이 됐다. 김재환은 지난 2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이후 6경기 만에 안타와 타점을 생산하며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냈다.
# 곽빈, 112구 6이닝 무실점 역투…그러나 11승은 무산
선발투수 곽빈은 국내 에이스 타이틀에 걸맞은 호투를 펼쳤다. 곽빈은 6이닝 동안 112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5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4사구 수가 말해주듯 제구가 잡히지 않아 애를 먹긴 했지만, 위기마다 LG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하면서 기어코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까지 나왔고, 커브(29개)와 슬라이더(36개), 체인지업(7개)을 적극적으로 섞어 타자들과 싸워 나갔다.
곽빈은 올해 LG 상대로 아픈 기억이 더 많았다. 이날 전까지 3경기에서 1승2패, 14⅔이닝, 평균자책점 6.14로 고전했다. 곽빈은 이날 시즌 11승을 챙길 기회를 잡았지만, 불펜 방화로 승리가 날아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그래도 곽빈을 믿었다. 29일과 30일 경기가 연이틀 비로 취소되자 31일 경기 선발투수를 브랜든 와델이 곽빈을 선택한 이유다. 최근 생애 첫 10승을 달성하면서 좋았던 구위를 유지할 것으로 바라봤다.
이 감독은 "(LG 상대 전적은) 과거지 않나. 시즌 초중반이었고, 이제는 종반이다. (곽)빈이 아시안게임 가기 전에 몇 경기 안 남았다. 매 경기 승부의 중요성을 알기에 좋은 모습 보이지 않을까 싶다"며 호투를 예상했다.
곽빈은 1회부터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4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했다. 그만큼 실점 위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인데, 선두타자를 내보낸 뒤에는 각성한 듯한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LG는 3회말 선두타자 문성주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해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1사 2루로 바꾸면서 어떻게든 한 점을 뽑으려 했으나 홍창기와 신민재가 차례로 침묵하면서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5회말과 6회말은 더더욱 LG의 득점 무산이 아쉬울 법했다. 5회말에는 박동원의 안타와 문성주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자 또 한번 박해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해 1사 2, 3루를 만들었다. LG로선 득점할 수 있는 절회의 기회였는데, 곽빈이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았다. 홍창기를 좌익수 뜬공, 신민재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또 한번 LG를 울렸다. 6회말은 김현수와 오지환의 안타로 2사 1, 2루까지 상황을 끌고 갔지만, 후속타 불발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 8회초 추가 실점, 그러나…LG, 8회말 단 한번의 기회 놓치지 않았다
두산은 8회초 천금같은 추가점을 뽑으면서 필승조의 부담을 덜었다. LG 유영찬이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김재호와 로하스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양의지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맥이 빠지나 싶던 차에 1루주자 로하스의 공격적인 주루플레이가 빛났다. 2루주자 김재호가 3루까지 태그업하는 건 예상할 만했지만, 1루주자 로하스가 2루까지 가는 건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
덕분에 두산은 LG를 더 압박하며 추가점을 뽑을 수 있었다. 계속된 1사 2, 3루 기회에서 양석환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0-2로 달아났다.
그러나 LG가 8회말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놨다. 7회부터 두산 2번째 투수로 나섰던 김명신이 선두타자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1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뒤였다. 두산은 홍건희를 마운드에 올렸는데, 오스틴이 좌중간 홈런을 터트려 1-2로 쫓아갔다. 홍건희는 문보경과 오지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사 1, 3루 위기를 만든 뒤 정철원과 교체됐다.
LG 다음 타자 박동원은 번트로 두산을 흔들었다. 투수 정철원이 번트 타구를 잡고 3루주자를 제대로 묶어두지 않은 채 포수 양의지의 사인을 보고 1루 송구를 했는데, 3루주자 최승민(문보경의 대주자)이 홈으로 내달려 득점했다. 두산으로선 어이없는 동점 허용이었고, LG로선 천금같은 동점 득점이었다.
# 두산 믿을구석 '2이닝 36구' 정철원뿐…10회말, 박해민이 끝냈다
두 팀은 규정 이닝에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을 치렀다. LG는 시즌 14번째 연장전으로 앞서 치른 13경기에서는 8승3패2무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은 시즌 11번째 연장전으로 앞서 10경기에서 4승5패1무를 기록했다.
두산은 마무리 정철원을 가능한 길게 끌며 버티려 했다. 정철원은 9회까지 공 23개로 아웃카운트 5개를 처리한 상황에서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 동안 36구를 던졌다. 그만큼 두산에 정철원 이상으로 믿을 수 있는 투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정철원은 2사 2루에서 김현수를 2루수 땅볼 포구 실책으로 내보낸 뒤에도 오스틴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대담한 투구를 펼치기도 했다.
LG는 10회말 선두타자 김민성이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오지환이 우익수 오른쪽 안타로 출루하면서 기어코 정철원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두산은 아꼈던 박치국 카드를 꺼냈다. 박치국은 박동원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 2루를 만들고 이영하와 교체됐다. 문성주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2사 1, 2루가 됐지만, 박해민이 좌전 끝내기 안타를 쳐 3-2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 승장 코멘트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뒤 "켈리가 선발로서 자기 임무를 잘해 주었고, 승리조들이 자기 이닝을 책임지면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공격에서는 오스틴의 홈런으로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가져올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박해민의 끝내기 안타로 3연패를 끊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연패 기간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 있는 경기 보여준 걸 칭찬하고 싶다. 오늘(31일) 평일인데도 많이 오셔서 열정적인 응원보내주신 팬들 덕분에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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