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 의무 다 안 했는데…자녀 사망보험금 받아가
[KBS 부산][앵커]
어린 남매를 두고 집을 나간 뒤 아들이 사고로 숨지자, 사망 보험금을 달라고 한 친모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도 그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현행 민법에 따라 보험금 전액을 친모에게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인데, 이런 일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안은 몇 년째 국회에 발이 묶여있습니다.
보도에 정민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1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선원 김종안 씨.
시신조차 찾지 못한 김 씨는 결국 사망 처리됐고, 보험금 2억 3천만 원과 선사의 합의금 5천만 원 등 3억 원 가까운 보상금이 나왔습니다.
자녀도 없이 미혼이던 김 씨.
그런데 갑자기 두 살 때 김 씨를 두고 사라졌던 80대 친모가 보험금을 요구하며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친모가 전액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친모가 어린 자녀를 부양하지 않았더라도 성인이 된 다음에는 교류한 흔적이 있어 보인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동생과 함께 고모와 친할머니 손에서 큰 누나는 "남이나 다름없는 친모에게 동생의 목숨값을 주라는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종선/김종안 씨 누나 : "친모한테 동생 돈을 주느니, 나라에서 환수해가셔서 1원도 빼지 말고 다 가져가세요, 가져가셔서 저희보다 못한 사람한테 주세요. 왜 그 사람한테 줍니까?"]
미국 등 해외에서는 부모가 자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상속 자격이 없는 거로 보지만, 우리 민법은 이런 조항이 없습니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지자, 20여 년 만에 나타난 친모가 유산을 받아간 사건 이후 잇따라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발이 묶인 가운데 김 씨의 누나는 판결을 검토한 뒤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묻기 위한 상고 절차에 나설 계획입니다.
KBS 뉴스 정민규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
정민규 기자 (h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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