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분쟁지를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중국 ‘2023 표준지도’에 주변국들 반발
중국과 긴 국경 맞댄 인도
G20 회의 앞두고 거센 항의
말레이시아도 “일방 표기”
중국이 최근 발표한 2023 표준지도(사진)에 영유권 분쟁 지역을 모두 자국 영토로 표기해 주변국의 반발을 낳고 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인도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31일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전날 중국 표준지도가 보르네오 인근 해양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표기했다며 항의했다. 보르네오는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 접한 곳이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중국의 일방적 주장을 거부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평화롭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8일 공개한 2023 표준지도에서 주변국과 국경·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을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 예를 들면 협정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절반씩 관할하고 있는 아무르강(중국명 헤이룽장) 인근 볼쇼이우수리스키(중국명 헤이샤쯔)섬 전체가 중국 영토 최동단 지점으로 표기됐다.
특히 인도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북부 악사이친 고원이 중국 영토로 표기돼 인도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악사이친은 인도와 중국이 각각 실효지배하는 곳으로, 수십년간 국경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지명을 일방적으로 중국명으로 변경하고 이 지역 공무원들의 여권에 비자 대신 증명서를 내주는 방식으로 영유권을 주장한 바 있다.
인도 외교부는 “이러한 근거 없는 주장을 거부한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국경 문제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다음주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따로 만나 국경분쟁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시 주석의 G20 참석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모디 총리와의 대화가 끝난 지 며칠 만에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을 앞두고 중국이 표준지도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인도와 중국이 접하는 구간은 4060㎞에 달한다. 이 중 3400㎞는 확정된 국경이 없고 실질통제선(LAC)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1962년 국경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양측은 현재도 중국령 악사이친과 인도령 라다크 경계를 따라 병력을 배치하고 대치 중이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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