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NHS 진료 대기 중 사망자 지난해 12만명”
노동당 “국가 약속 깨져”
NHS “신뢰성 떨어진다”
지난해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진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환자들 중 12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기 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노동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NHS는 영국이 자랑해온 공공보건 의료체계이지만, 보수당 정권이 사회복지 예산을 계속 축소하면서 심각한 인력난과 병상 부족에 시달려왔다.
노동당에 따르면 지난해 NHS 진료 대기자 중 사망한 사람은 12만695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년간 대기 중 사망자(6만명)보다 두 배 더 늘어난 규모다. 노동당은 138개 2차 의료기관에 관련 질의를 보내 그중 25%에 해당하는 35개 병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공받은 다음 이를 토대로 전체 규모를 추산했다.
노동당 그림자 내각(집권에 대비한 예비 내각) 보건장관 웨스 스트리팅 의원은 “기록적인 수의 사람들이 결코 받지 못할 치료를 기다리며 고통 속에서 생애 마지막 몇달을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가 필요할 때 곁에 있을 것이라는 NHS의 기본적인 약속이 깨졌다”고 말했다.
NHS의 활동을 감시해온 시민단체 ‘헬스워치 잉글랜드’는 “국가적 비극”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NHS 측은 자료가 불충분하고 사망 원인, 환자 나이, 건강 상태 등 다른 요소들이 배제돼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NHS 대변인은 “대기자 명단의 대다수(환자 5명 중 4명 정도)는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진찰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 자료에 따르면 6월의 경우 환자 100만명 이상이 18주 이내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자료의 정확성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단체들은 진료 대기 중 사망하는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병원의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NHS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이 지속되면서 인력난과 재정난에 처했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올해 주니어 의사들과 전공의들이 임금 인상과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파업을 벌여 다수의 진료 예약과 수술이 취소되기도 했다.
병상 숫자도 부족하다. 영국 의회도서관 조사에 따르면 영국은 2015년과 비교해 병상이 6% 감소했다. 런던 동부의 호머튼병원은 1000명당 병상 숫자가 0.9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평가되는 멕시코보다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6월 기준 진료 대기자 수는 760만명으로 사상 최대였다. 심장질환 환자 40만명 중 37%는 진료를 받는 데 18주 이상이 걸렸고, 치료가 시급한 심장질환 환자 1만2799명은 1년 이상을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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