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논의 한 번도 없이…한 총리 “의경 부활” 대국민 약속
경찰청·국방부·병무청 등
총리 발표 전후 연락 ‘0건’
“‘아니면 말고’식 국정운영”
정부가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 대책으로 의무경찰 재도입 추진 구상을 발표하기 전후로 경찰청과 국방부, 병무청 등 관계부처 간 관련 논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역 자원 운용에 관한 부처 간 조율도 없이 설익은 정책 발표로 국정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월1일부터 현재까지 국방부, 병무청 간 공문 수발신 내역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 발표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국방부, 병무청 등과 함께 관련 내용을 단 한 차례도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관련 회의는 물론 업무 연락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전 협의 여부를 묻는 말에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정책 발표가 고위급부터 실무진까지 단 한 차례의 전후 논의 없이 이뤄진 셈이다.
앞서 한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흉악범죄 대책으로 “의경 제도의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담화 발표 현장에 배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순차 모집을 통해 8000명 정도 운영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8000명이라는 구체적 수치가 언급된 데 대해 “부처 간 협의를 통한 것은 아니고 경찰이 필요에 의해 (정부에) 요청한 인원을 말한 것”이라며 “담화문 발표 전날 당정협의 때 경찰 요구사항 등을 말한 게 전부”라고 했다.
총리실은 의경 재도입 추진을 발표한 다음날인 24일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가뜩이나 군 병력이 부족한 마당에 8000명을 의경으로 돌릴 수 있겠느냐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25일 의경 재도입이 완전히 백지화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청도 의경 재도입 대신 ‘현장 중심 인력 재배치’로 입장을 선회했다.
경찰청은 “인력 배치를 대폭 조정하여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경찰의 최우선 업무를 치안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조치에도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면 의무경찰제도 재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병원 의원은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식 국정운영”이라며 “의경 재도입 검토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련 부처 간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특유의 무책임한 국정운영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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