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전 출하된 해산물 사재기…수산시장은 ‘씁쓸한 특수’
“제사상에 그걸 어떻게 놔”
시민들 생선 미리미리 구입
매출 2배 넘게 오른 상인들
“일시적 현상, 눈앞이 캄캄”
31일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수산시장.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거리인 서울 은평구에서 여기까지 장을 보러 왔다는 최수희씨(70)는 ‘동태포 판매’ 팻말이 붙은 점포 앞에서 생선 손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추석이 한 달 남았으나 그는 명절 음식에 쓸 재료를 사기 위해 왔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조개, 오징어를 어마어마하게 사놨지. 집 냉동고랑 김치냉장고에 자리가 없어.” 최씨는 “부산 출신이라 해산물을 정말 좋아하는데 오염수가 더 퍼지기 전에 빨리 생선을 사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난 이날, 수산물시장과 대형마트에선 ‘추석 대비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수산물을 사러 온 시민들은 “제사상에 오염된 수산물을 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상인들은 예상과 달리 손님 발길이 이어져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슬픈 특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불안해했다.
수산시장 점포들의 매출 장부를 보면 최근 사재기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곳에서 3년째 영업 중인 제모씨(59) 가게의 최근 2주간 카드정산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매출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인 17일 19만2000원에서 방류 당일인 24일 47만5000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방류 일주일이 지난 30일에도 46만8000원으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말끼리 비교해도 차이가 컸다. 방류 전 토요일인 19일 57만3000원이던 하루 매출은 26일 98만7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상인들 표정은 밝지 않다. 매출 증가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여기서 장사를 했다는 정모씨(53)는 “제사음식으로 쓰는 생선만 많이 팔리는 것이지 전복 등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절반 넘게 폭락했다”면서 “추석이 지나면 그나마 팔리던 조기나 동태도 사람들이 아예 안 살 것”이라고 말했다. 남기태 청량리수산시장 상인회장은 “대부분 상인들은 눈앞이 캄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생선을 10만원어치 산 이모씨(69)는 “아무리 정부가 안전하다고 해도 오염된 생선을 어떻게 제사상에 올리나”라며 “오염수가 더 퍼지기 전에 사두려고 일찍 시장에 왔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코너에선 공유진씨(56)가 조개를 모아둔 선반 앞에서 한창 서성이고 있었다. 공씨는 “(출하) 날짜가 오염수 방류 전인지 보고 있었다”면서 “고등어자반을 비롯한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많이 못 먹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조개를 바구니에 담지 않고 생선 판매대를 떠났다.
이날 시장과 마트를 찾은 시민·상인들 중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는 이도 여럿 있었다. 마포구 마트에 남편과 장을 보러 온 강모씨(75)는 “바닷물이 벌써 여기까지 왔겠나. 근거 없는 얘기를 떠들어대면 어떡하나”라며 “앞으로도 해산물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야당 정치인들이 난리를 치는 거지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강은·윤기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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