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스스로 입증하라는 정부 정작 어민들 보상받기 어려워”
자료 공개 않는 도쿄전력
주민들 의견도 반영 안 돼
“현재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후쿠시마 어민들은 보상받기 힘들다. 어민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동안 조업이 제한된 상태였던 후쿠시마 어민들은 오염수 방류 이후 수입이 줄었다고 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대 전·현직 교수들이 지역민들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결성한 ‘후쿠시마 원탁회의’ 사무국장인 하야시 군페이 후쿠시마대 교수(사진)는 갑작스러운 정부의 오염수 방출 결정 발표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방류 다음날인 지난 25일 후쿠시마에서 화상 인터뷰에 응한 하야시 교수는 “7월부터 4차례 회의를 열고 정부와 도쿄전력 측에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 중이었는데, 대화가 갑자기 끊기고 오염수 방류 일정이 발표됐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과 도쿄전력 원전 사고 이후 12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복구는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야시 교수는 “정부가 후쿠시마 복구 정책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고, 주민들의 불만은 12년간 쌓여 폭발 직전인 상황”이라며 후쿠시마 원탁회의를 결성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나카이 가즈키 전 후쿠시마대 학장을 비롯한 교수 8명이 주축이 돼 모임이 시작됐고 현재 후쿠시마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 후쿠시마현 심의위원회 위원 등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어민·주민 등 120여명이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원탁회의가 후쿠시마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지식인들의 요구도 외면했다고 하야시 교수는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원탁회의가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기를 거부했고, 정부 또한 오염수 방류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야시 교수는 “도쿄전력은 오염수 탱크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며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면 ‘관련 기관에 맡기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도쿄전력의 안일한 대응과 앞으로의 관리 능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사고가 난 원전에서 배출되는 오염수에서는 더 많은 핵종의 방사성 물질이 나오게 되고, 위험도도 올라가는 만큼 도쿄전력이 더 까다로운 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하지만 도쿄전력은 다른 원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고 당시와 태도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이 오염수 방류로 떠안게 될 피해도 사실상 보상받기 쉽지 않다. 하야시 교수는 “보상은 누구나 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는 본인이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어민들은 한 달에 최대 10일만 조업에 나설 수 있었고, 그나마 사고 이전 조업량의 20%만 작업할 수 있었다. 이제서야 조업 제한이 풀리고 있는 상황인데 오염수 방류 이후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하야시 교수는 “오염수 방류를 멈추는 것 외에는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서 “적어도 시민들에게 도쿄전력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이라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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