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유통 막혀 생계 직격타…보험·적금 깨고 식비 줄여”
12년째 보길도에서 양식업
판로 줄어들고 가격 반토막
“코로나 때도 희망 품었는데
오염수는 아예 앞이 안 보여
정부 우리 얘기 안 들어줘
어가들 위한 대책 어딨나”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는 전남 완도산이다. 완도에는 치패(어린 전복)를 키우는 업자, 치패를 받아다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는 양식업자, 기른 전복을 팔아주는 유통업자, 전복을 키우는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자재상들이 산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일주일째인 31일, 전복을 중심으로 생계를 영위하는 섬마을 곳곳에선 ‘산업의 뿌리가 무너져내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가계가 힘들면 먹거리를 줄이고, 보험·적금을 해약하잖아요. 저희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애들 학원 줄이고, 먹는 것 줄이고….”
12년째 완도 보길도에서 전복 양식업을 해온 김태한씨(49)가 전복 어가들의 상황을 전하며 말했다. 올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이 방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자 전복이 ‘유통조차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전복 산지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큰 전복(㎏당 8마리)은 산지 가격이 2만321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5% 떨어졌다.
코로나 시국을 겨우 견딘 전복 어가들 사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결정타’라는 말이 나온다. 김씨는 지난 코로나 3년을 돌아보며 “그땐 ‘언젠가 끝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버티고 나면 소비가 되고 경기가 돌겠지’ 하고 다들 두 손잡고 버텼다”고 했다. 이어 “그땐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오염수 앞에선 그조차 없다. 30년을 방류한다지 않느냐”며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깊은 지하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출하하면 손해만 보지만 바다 수온이 27~28도인 요즘 전복을 그냥 두면 죽어버리니 다들 1000원이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오래 거래해온 유통업자가 어가들의 사정을 봐서 1~2t 사가도 팔리지 않은 전복들이 수족관에 머무는 일도 잦다고 했다.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있지만 김씨는 걱정이 많다. “원래 이맘때쯤이면 유통업자들이 추석에 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장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통상 초복 전 한 달, 추석, 설 대목에 한 해 물량의 60%가 출하되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전복이 보양·고급 식재료로 여겨지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한다. 김씨는 “오염수를 방류해도 고등어, 갈치는 사람들이 계속 먹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생산원가가 높아 비싸기도 하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먹는 식재료가 아닌 전복은 다르다”고 했다.
김씨는 “앞으로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전복 양식업하는 사람들은 수협에서 대출도 안 나오는 상황이고 정부 정책자금으로 대출을 받았던 어민들은 규정상 대리운전 같은 다른 직종 종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완도에는 파산을 신청한 이들이 몇백 명이니, 어느 집이 섬을 떠난다고 했다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하다. 김씨가 물었다. “우리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를 않아요. 방류가 시작된 이후 타격을 받은 것은 우리인데, 전복 어가에 대한 대책은 어디있는 걸까요.”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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