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인 학살’ 여전히 외면…내부 문서 “그런 역사인식 언급한 적 없어”
[앵커]
이렇게 간토 대지진 때 무고한 조선인들이 무참히 희생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본은 인정하려들지 않습니다.
학살이 집중됐던 도쿄도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 내부 문서를 입수해 짚어봤습니다.
단독 보도, 계속해서 지종익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도쿄도 인권 담당 부서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몰려갑니다.
도립 인권센터에서 조선인 학살 관련 영상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었는데, 도쿄도가 이를 막으면서 1년째 항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야마 유키/영상 제작 작가 : "약한 사람들의 역사, 경험, 기억, 존재보다도 고이케 도지사의 입장을 따른다는 것이죠. (물러가 주세요.)"]
도쿄도가 문제 삼은 영상에선 재일한국인 래퍼가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시련을 노래합니다.
[후니/재일한국인 래퍼 : "난 일본인이니까 조선인은 다 죽여버려. 조선인. 조선사람..."]
영상 제작에 참여한 일본인 연구자도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도노무라 마사루/도쿄대 교수 : "(선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일본의 서민이 아무 잘못 없는 조선인을 죽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도쿄도가 왜 작품 상영을 막았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해 내부 문서를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도쿄도가 인권센터에 보낸 메일.
영상 속 연구자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도쿄도는 조선인 학살에 관한 역사 인식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합니다.
또 고이케 도지사가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도 보내지 않고 있는데 학살이 사실이라는 연구자의 발언은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도쿄도는 조선인을 살해하겠다는 재일 한국인의 독백도 오히려 차별을 선동할 수 있다며 영상 상영을 막았습니다.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2017년부터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KBS는 그 이유가 드러나 있는 문서도 입수했습니다.
2017년 도쿄도의원의 질의 내용.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 언급된 희생자 수 6천 명이 거짓이라며, 도지사가 추도문 송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도쿄도는 각종 고교 역사교과서에서, 희생자 수가 정확하지 않다고 언급한 부분도 따로 모아서 공개했습니다.
결국, 정확한 희생자 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조선인 학살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한 입장을 드러낸 겁니다.
[도노무라 마사루/도쿄대 교수 : "조선인이 싫다는 이유로 차별 발언을 하는 집단의 인기를 얻기 위해 그러는 걸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합니다)."]
이미 역사적 사실로 굳어진 100년 전의 조선인 학살을 외면하는 도쿄도의 행보는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경향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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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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