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년 전 참상 고스란히…당시 학생들이 본 ‘조선인 학살’
[앵커]
일본 관동 지방, 그러니까 간토에서 규모 7.9의 큰 지진이 난 지 내일(1일)이면 꼭 100년입니다.
10만 명 넘게 숨지는 혼란 속에 수많은 조선인들이 억울하게 희생됐습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불을 지른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경찰과 자경단원 등이 무차별 학살에 나섰는데 아직 희생자 수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됩니다.
일본 정부는 진상 규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KBS가 100년 전 참상의 기록을 새로 발굴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보고 겪은 내용을 손으로 적은 자료입니다.
도쿄 박원기 특파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1923년 9월 1일, 일본의 수도권, '간토' 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당시 일본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진이 발생한지 약 한 달 뒤, 이 일본 학교 중등부는 학생들에게 지진 당시의 참상과 피해를 보고 겪은대로 쓰게 했습니다.
육필로 작성된 기록에는 조선인과 유언비어에 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합니다.
'조선인 3천 명이 화약고를 습격한다'는 말에 '여자 아이가 도망쳐 왔다'는데, 결국, '조선인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히로세 유이치/부산대박물관 특별연구원 : "(간토대지진 당시) 유언비어에 매우 현혹된 모습이 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봤는지 생생하게 들어 있어요."]
'주변이 다 타버린 길가엔 조선인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렸고, '조선인에 대한 '압박, 감금, 학살이 도처에서 행해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이 '야만의 시대를 재현했다'며 탄식하기도 합니다.
당시 조직된 자경단은 조선인뿐 아니라 같은 일본 사람에게도 공포의 대상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경단원들이 조선인인줄 알고 잔혹하게 폭행했는데, 경찰이 조사했더니 일본인으로 드러나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만 12살에서 16살까지.
10대 학생 617명이 자필로 쓴 14권 분량의 책 이름은 '지진을 기록했다'는 의미의 '진재기'입니다.
[김문길/한일문화연구소장/'진재기' 발굴 : "사실에 입각해서, 지난 과거의 잘못은 이야기하고 (한일 관계가) 전진해 나가는 그런 입장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간토대지진 당시 자행된 조선인 학살.
때묻지 않은, 백년 전 당시 일본의 10대 학생들의 눈에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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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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