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논의도 없이 마구잡이 진행…국방부 흉상은 존치?
[앵커]
국방부 취재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수민 기자, 결국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교외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육사가 제시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홍범도 장군의 경력이 장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과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당초 이전을 추진했던 독립운동가 5명 가운데 홍 장군만 학교 밖으로 빼기로 한 이유입니다.
국방부는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육사는 2018년 홍 장군 흉상을 세울 때,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나라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라고 밝혔고요.
같은 해 6월 홍 장군에게 명예 졸업장을 주면서 "사관생도들에게 참다운 군인의 귀감이 됐다"고 했습니다.
5년만에 스스로 입장을 뒤엎은 셈이 됐습니다.
[앵커]
홍 장군의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문제라는 거죠?
그런데, 5년 전에는 없던 사실이 갑자기 밝혀진 게 아니잖아요?
[기자]
네, 다 알려져 있던 내용입니다.
국방부는 홍 장군이 자유시 참변과 연관돼있다는 의혹, 빨치산 활동, 그리고 소련공산당 가입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을 정리하면서 역사학계에 자문조차 구하지 않았는데요.
대신 국방부 산하 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는데,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홍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닙니다.
건국훈장을 받은 1962년부터 역대 정부는 훈장 추서, 유해 송환, 호적 등록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공적을 기려왔습니다.
[앵커]
잠수함 '홍범도함'이나 국방부 앞 흉상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금까지 해군 함정의 명칭이 바뀐 건 딱 두 번이라고 합니다.
이리함이 익산함으로 바뀌는 등 지자체 이름이 바뀌어서 따라 바꿨을 뿐인데요.
홍범도함의 명칭 변경이 추진된다면 논란이 불보듯 합니다.
국방부는 청사 앞 흉상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앵커]
홍범도 장군 말고도 다른 독립운동가로 번질 가능성은 없나요?
[기자]
이런 논리라면 없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육사는 안 되고, 국방부는 되는 이유를 사실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논란은 홍범도 장군을 기념하는 모든 장소마다, 아니면 독립운동가의 이력에 따라서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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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waterm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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