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성추행한 남편 죽이려다 집행유예 받은 아내...검찰 “항소 안해”

수입 없는 남편, 가족들에게 폭언·욕설 등 해 와
잠든 남편 보고 딸들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범행

게티이미지뱅크

친딸을 성추행한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아내에게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대구지방검찰청은 31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A(46·여)씨에게 선고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남편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남편을 포함한 가족 모두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은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으로서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고인이 약 15년 전부터 직업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가족들을 부양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항소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10여 년 전부터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남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A씨는 지난 6월 23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잠들어 있던 남편 B(47)씨의 양쪽 눈을 찌르고 잠에서 깨어난 B씨의 머리와 귀, 어깨 등을 향해 수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B씨가 사망하지 않고 약 21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A씨와 B씨는 결혼 후 시아버지 및 두 딸과 생활해 왔다. 이후 약 15년 전부터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하자 가족들은 A씨의 수입으로 생활했다. 결혼한 이후부터 남편 B씨는 가족이나 A씨의 친정 가족들에게 폭언과 욕설, 협박을 반복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A씨는 올해 6월 21일 둘째 딸이 남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다음 날 오전 남편에게 이를 추궁했고, 남편은 이를 인정하며 용서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안방에서 잠든 남편을 보고 B씨는 딸들이 다시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남편과 딸을 영원히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피고인은 수십 년간 홀로 생계와 집안일을 책임지며 두 딸과 시아버지를 부양해온 점, 피고인의 딸들은 물론 시댁 가족들 모두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어느 정도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