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상저하저” 경고…반도체 회복만 비는 ‘천수답 정부’
정부, 생산엔 보합 수준…소비·투자엔 “날씨·개소세 악재”
전문가들 “반도체 수출 두 자릿수 감소 관측, 회복 더딜 것”
‘하고’ 기대 못해…긴축기조에 경기부진 바꿀 여지도 없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지난달 산업활동이 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한 것과 관련,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을 유지한 것인데, 하반기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민간의 분석과는 적지 않은 괴리감을 가진 ‘장밋빛’ 관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1일 내놓은 ‘7월 산업활동동향 평가’에서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7% 감소했지만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행정을 제외할 때 보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 역시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기상악화와 차량 개별소비세 변동 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1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설비투자의 경우 승용차 개소세를 몇년 동안 유지했다가 환원시킨 영향으로 정부는 해석했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는 설비투자로 잡히는데 여기서 감소폭이 컸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설비투자 감소분 중 자동차 영향을 빼면 감소율은 2%대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수출물량의 반등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서비스업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기조적 회복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고 총평했다. 실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수입액과 소매판매액지수, 비농림어업취업자 수 등이 감소하며 0.5포인트 하락했다. 전달(-0.2포인트)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기대감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는 아직 온기가 돌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기 상황을 상대적으로 밝게 해석하는 정부와 달리 민간 싱크탱크들에서는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1.8%)보다 0.6%포인트나 낮췄다. 한국은행(1.4%), 기재부(1.6%), 한국개발연구원(1.5%), 경제협력개발기구(1.5%), 국제통화기금(1.5%) 등 국내외 주요 기관 전망치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하반기 들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올 상반기 3% 증가한 민간소비는 하반기에 절반 수준인 1.3%로, 설비투자는 4.5% 증가에서 하반기 5%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성장률을 기준으로 보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는 더 높을 것 같다”면서도 “(수치가 아닌) 체감하는 상황으로는 하반기에 ‘하고’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도체 경기를 살펴보는 시선에도 온도차가 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물량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적에 주목하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전반적인 업황 개선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데 더 주목한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년 동기 대비 35.1%나 감소했다. 하반기 수출은 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역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비율이 감소된 실적이 최대 기대치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나 생산이나 투자의 흐름을 볼 때 이 상황에서 하반기에 ‘하고’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긴축기조로 경기 부진 흐름을 바꿀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호준·이창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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