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은 국군 정체성 직결된 문제…이리 단칼에 내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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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라는 정부 주요 부처가 이렇게 수준 낮은, 천박한 해명을 하는지."
독립군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사학과)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 중인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역사학자들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국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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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역사 쿠데타’]
“국방부라는 정부 주요 부처가 이렇게 수준 낮은, 천박한 해명을 하는지….”
독립군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반병률 한국외대 명예교수(사학과)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 중인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31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홍범도 vs 백선엽’ 토론회에서다. 반 명예교수는 홍범도 장군의 생애를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하나의 현상을 해석할 때도 엄청난 고민을 하고, 필요한 자료를 교차검증하는데, 홍범도라는 인물을 이렇게(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을 문제 삼으며) 단칼에 매장할 수가 있는가”라고 한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역사학자들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국군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군의 뿌리를 두고 한국 사회가 축적해온 사회적 합의를 윤석열 정부가 깬 것이라는 취지다. 반 명예교수는 “(이번 논란은) 간단하게 흉상 철거의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군의 장교를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한만국의 정체성과 긴밀하게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쌓아 올려온 제도·관습·규정이 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 것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묘를 만들고 이장할 때처럼, (흉상) 설치와 철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교양학부)도 “(이번 논란은) 한국군의 족보를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 때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삼는 작업으로 (군 쪽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이 침해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흉상 이전 논란을 “친일 반민족 세력과 독립운동·민주화운동 세력의 오랜 역사전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군정 아래의 조선국방경비대를 국군의 모체로 삼는 시각에서는 독립군·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보는 상징물인 홍범도 장군 흉상이 눈엣가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수 진영이 영웅시하는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최태욱 한반도통일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백선엽 장군이 해방 전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항일 독립세력 토벌에 앞장섰던 이력을 상세히 설명하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백선엽 친일 행적 삭제 주장은 사회적 합의를 깨는 행위”라며 “적어도 일본군·만주국군이 되어 우리 국민에게 총을 겨누었던 군인이 구국의 영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박민식 장관은 최근 국립현충원 누리집에서 백 장군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한 바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이념 전쟁 배경에는 국정 실패를 가리려는 정치적 요인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국민이 원하는 민생경제 안정에 자신이 없으니까, 정부가 이를 덮어보려는 정치적 의도로 역사 전쟁을 벌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고 비판한다면,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적도 같은 선상에서 평가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몰역사적이고 반헌법적인 폭거를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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