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아들, 1일 4·19묘역 참배...“선친, 잘했노라 기뻐하실 것”

양지혜 기자 2023. 8. 3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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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만에 처음... “진솔한 사과하고 싶었다”
지난 7월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서 양아들 이인수 박사와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92) 박사가 1일 서울 수유리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다. 4·19 혁명 희생자 유족들도 63년 만에 처음으로 이 전 대통령 유족과 함께 민주묘지를 찾는다.

이 박사는 31일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의 아들로서 63년 만에, 4·19 민주 영령들에게 제대로 참배하고 명복을 빌 수 있게 되었는데 항상 국민을 사랑하셨던 선친께서 참 ‘잘하였노라’ 무척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4·19 때 부상당한 학생들을 만나고 와서 ‘내가 맞을 총알을 우리 애들이 맞았다’고 한참을 우셨다고 한다. 그런 선친의 진심을 유족들께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박사의 국립 4·19 민주묘지 공식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51주년을 맞이한 2011년에는 4·19 유족 단체의 거부로 인해 민주묘지에 입장조차 못 했고, 이듬해 설에는 홀로 찾아가 헌화를 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박사가 2011년 4월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리동 국립 4.19민주묘지 입구에서 4.19희생자와 유가족에 사죄성명을 발표하려 했으나 4.19단체의 거부로 인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조선일보 DB

이 박사는 “죽기 전에 4·19 유족들에게 제대로 용서를 빌고 화해해서 나중에 천국에서 선친께 떳떳하게 인사드리고 싶다”며 4·19 유족들과 꾸준히 접촉을 이어왔다고 한다. 결국 63주년이 된 올해 4·19 관련 단체 3곳(민주혁명회·혁명공로자회·혁명희생자유족회)이 이 박사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4·19 혁명은 1960년 4월 당시 여당인 자유당이 이기붕씨를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개표를 조작하자 학생들이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다수 희생된 사건이다. 이 전 대통령은 4·19 발발 직후 시위 진압으로 다친 학생들을 찾아가 “부정을 보고 일어서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다. 이 젊은 학생들은 참으로 장하다”라고 말했고, 이튿날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유족인 이 박사가 4·19 묘소를 찾는 것도 4·19 혁명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존중과 당시 유혈 사태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에 대한 사과의 뜻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문무일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 중 4·19 혁명을 촉발한 3·15 부정선거는 대표적인 과(過)”라고 말했다. 문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와 기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과오에 대한 유족의 진솔한 사과를 통한 화해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4·19 민주묘소를 참배하고 유족으로서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전했다.

2023년 3월 26일 오전 4.19혁명 세대 40여명이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일 148주년을 기념하며 서울 동작구 현충원 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이 박사의 이번 참배를 계기로 4·19 단체 관계자들이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이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지난 3월 이영일·한화갑 전 의원과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이인호 전 KBS 이사장 등 4·19 세대 주요 인사 50여 명이 이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기념해 현충원 묘역을 참배했었다. 그러나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공법 단체인 4·19 단체들이 이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적은 없다.

문 사무총장은 “이번 이 박사의 참배는 ‘화해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이 전 대통령과 더불어 독립 운동을 이끌었던 백범 김구 선생과의 역사적 화해와 통합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구 선생의 손녀 김미 김구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독립유공자 및 유족 오찬에서 “대한민국은 하나다. 후세 사람들이 자꾸 편을 가르는 것 같아 후손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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