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박정훈 대령에 '상관 명예훼손' 혐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허위 주장 반복하며 증거 인멸" "도망할 염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군검찰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기본 항명 혐의에 상관 명예훼손 혐의를 더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는 3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한 박 대령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박 대령이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지난달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발생한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조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를 적용했다.
보통검찰부는 그뿐만 아니라 박 대령이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 관련 발언 중 일부가 '상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봤다.
당시 박 대령은 이 장관에게 채 상병 사고조사 결과를 보고했던 7월30일에 "이 장관이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질문했다"고 밝혔으나, 이 장관은 "사단장의 처벌을 언급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게 군검찰의 판단이다.
31일 뉴스1이 입수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국방부 검찰단은 이 같은 일련의 사항을 박 대령의 '범죄사실'로 적시하면서 "피의자(박 대령)는 상관(김 사령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피의자는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해 상관인 피해자(이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박 대령은 지난달 19일 채 상병 사고 발생 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같은 달 30일 이 장관에게서 그 조사결과 보고서에 대한 대면 결재를 받았다.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박 대령은 이달 2일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 등을 민간 경찰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된 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됐다. 이후 군검찰이 사건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대령의 혐의는 '항명'으로 바뀌었고,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선 '상관 명예훼손'이 추가됐다.
특히 군검찰은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장관에게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를 보고한 뒤 해당 자료를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은 적 없다'는 박 대령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언론을 통해 허위 주장을 반복하며 관련자들의 진술을 오염시키고, 허위 주장을 사실로 호도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에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군검찰은 또 박 대령이 수사를 통한 "자신의 항명 혐의 입증이 명백해진 것으로 추측했는지 언론 등을 통해 근거 없는 허위주장을 마구잡이로 밝히고 있다"며 "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것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피의자에게 도망할 염려가 있단 점은 명백히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군검찰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과 관련자 위해 우려 등에 따라 박 대령에게 "구속사유가 있다"며 군사법원에 영장 발부를 청구했다.
군검찰의 영장 청구에 따라 박 대령은 9월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소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예정이다.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같은 날 오후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구속영장 발부시 박 대령은 경기도 이천 소재 국군교도소에 수감된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보고서 처리과정에서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압력을 받았고,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인계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간 건 위법하단 이유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을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 측은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이날 '국방부 검찰단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 등에 대해 판단해 달라'며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재차 요청했으나, 현재로선 수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군 당국은 '국방부 검찰단의 불공정 수사가 우려된다'는 박 대령 측 요청으로 이달 25일 군검찰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의 항명 혐의 사건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를 심의했으나, 출석위원 과반 의견이 나오지 않아 '의견 없음'으로 종료됐다.
'수심위 운영지침' 제17조2항은 '위원회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일치된 의견이 도출될 수 있도록 하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박 대령 측의 이날 수심위 요청 사유가 지난 25일 수심위 소집 때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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