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수퍼문’ 보며 소원 빌기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시골 할머니 댁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밤이 내려앉은 집 밖은 완전한 암흑이었다. 그러다 달이 뜨면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달 그림자가 그렇게 뚜렷할 수 없었다. 달의 밝기는 보름달 기준 0.25럭스다. 3~5럭스인 보안등보다는 어두웠지만 그래도 ‘천연 보안등’이라 할 만했다. 윤석중은 동요 ‘둥근달’에서 ‘보름달 둥근 달 동산 위로 떠올라/ 어둡던 마을이 대낮처럼 환해요~’라고 했다.
▶달에 대한 동서양의 시각은 정반대다. ‘미치광이’라는 뜻의 영어 루나틱(lunatic)은 ‘달의’라는 뜻의 루나(luna)에서 왔다. 특히 보름달은 불길함의 상징이다. 1976년 국내 개봉돼 그해 최고 흥행작이 된 아르헨티나 영화 ‘나자리노’는 사랑에 빠진 늑대 인간이 보름달 뜰 때마다 괴물로 변하는 이야기다. 가수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스릴러’ 뮤직 비디오도 스릴(전율) 효과를 내기 위해 잭슨을 달빛 받아 늑대가 되는 괴물로 표현했다.
▶반면 동양 전통 사회에서 달은 행운과 풍요의 상징이다. 우리 조상은 초승달이 보름달로 차는 과정에서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을 떠올리고 풍작을 기원했다. 우리나라 세시 풍속이 연간 190건 정도인데 50건 내외가 정월 대보름 관련이고 추석 보름달 관련 풍속까지 합하면 70~80건에 이른다. 한국인의 유난한 보름달 사랑이 반영된 현상이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는 38만1586㎞다. 멀 때는 40만㎞, 가까울 때는 36만㎞쯤 된다. 36만㎞ 안쪽으로 들어오는 보름달을 ‘수퍼문’이라고 한다. 어젯밤 하늘에 수퍼문이 떴다. 평소 보름달보다 15% 더 컸고 30% 더 밝아 올해 뜬 보름달 중에 가장 크고 밝았다. 지구에 35만7344㎞까지 근접한 덕분이다. 그런데 하필 8월에 수퍼문이 지난 1일에 이어 어제까지 두 번 떴다. 서양에선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면 불길한 징조라며 ‘블루문’이라 한다.
▶영어의 ‘블루(blue)’도 달처럼 불길한 어휘다. ‘코로나 블루’도 그런 사례다. 그러나 우리에겐 행운을 빌 기회가 두 배인 ‘러키 문’이다. 심리학자인 서은국 연세대 교수는 “행복하려면 가족, 친구와 산책 나가고 수다 떠는 경험을 매일 하라”고 했다. 산책 나가 크고 밝은 달 구경하는 것도 행복이다. 달이 처음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달과 지구의 거리는 지금의 10분의 1도 안 됐다. 이후 해마다 3.8㎝씩 멀어지고 있다. 더 멀어지기 전에 더 자주 달을 보고 행복도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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