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넘쳐나는데 가해자는 어디에?‥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 2011년 봄, 임산부 4명이 갑자기 폐가 딱딱하게 굳는 병에 걸렸습니다.
원인 미상 폐질환 환자로 불렸던 이들은 얼마 안 가 사망했고, 같은 증상 환자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의심스러우니 조사를 해달라, 호소했는데요.
[원인미상 폐 질환 보호자(2011년 8월 31일, 뉴스데스크)] "(가습기) 세정제가 의심된다 조사를 해달라. 질본에도 세정제가 맞지 않느냐고 수차례 말씀 드렸지만 아무도 움직여주시지 않았어요."
정부는 몇 달이 지나서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일 수 있겠다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바로 12년 전 오늘 8월 31일입니다.
그 사이 수천 명의 피해자가 나왔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의 책임도 물었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지은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4살 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었던 딸은 어느덧 16살이 됐습니다.
[이요한/피해자 가족] "우리 애가 겨울에 태어나가지고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가습기 살균제를 쓰면 감기도 안 걸리고 참 좋으니까, 이거 한번 써 보면 참 좋겠다."
폐렴에 천식 등을 달고 살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도 폐질환 피해 하나를 인정받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이요한/피해자 가족] "판정 기간이 거의 한 4년에서 5년 걸렸어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받는 거기까지"
치료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월 94만 원.
학교라고는 초등 4학년을 다닌 게 전부입니다.
더 심각한 건 마음의 병.
아빠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눈조차 마주치지 못합니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어디서도 지원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이요한/피해자 가족] "보호자 없이는, 간병인 없이는 아이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어요. 간병 신청서를 써가지고 그걸 냈는데 보류가 나온거예요."
산소발생기 없이는 5m도 혼자 못 걷는 피해자 서영철 씨.
[서영철/피해자] "제 별명이 저 스스로 지었는데 '한 평 인간'이에요. 침대 주변 공간을 벗어날 수 없으니‥"
2020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이 개정돼 최고 등급인 '초고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투병 중 이혼한 뒤 요양보호사의 보살핌을 받기에도 한참 부족한 지원입니다.
[서영철/피해자] "저를 포함한 우리 피해자들이 이제 더이상 고민하지 말고 좀 마음껏 양껏 치료받고 그 다음에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참사가 세상에 알려진 지 12년째.
숨진 피해자들의 유품 전시회에 김태종 씨는 산소호흡기를 가져왔습니다.
10년 가까이 투병하다 3년 전 세상을 뜬 아내의 흔적입니다.
여전히 시달리는 트라우마보다 더 힘든 건 가해 기업들의 무성의한 태도라고 합니다.
[김태종/피해자 유족]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잘못한 것에 대한 벌을 받고, 민사적으로 배·보상을 해야되는 게"
신고한 피해자 7천854명 중 이미 1천821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해 기업들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은 피해자들은 10% 남짓,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할지 모릅니다.
MBC뉴스 이지은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임지환 / 영상편집: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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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희건, 임지환 / 영상편집: 이혜지
이지은 기자(ez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20272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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