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홍범도 흉상 육사 밖 이전 결정 "윤석열 정권 역사쿠데타"

조현호 기자 2023. 8.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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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독립운동가 5명 육사 내 다른 곳으로 "논란 계속돼 육사 교육에 안좋아"
"대한민국 정체성 부정" "육사 국군 치욕의 날"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끝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바깥으로 철거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육사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만 옮기고 국방부에 있는 흉상 철거여부는 일단 결정하지 않았다. 또한 육사 교정 내에 있는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흉상도 육사 내 육군박물관이나 호국공원 등으로 빼내기로 했다.

육군사관학교는 31일 오후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을 통해 “육군사관학교는 교내 충무관 입구와 내부에 설치된 독립투사 6위(홍범도 지청천 이범석 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이상 충무관 입구, 박승환 참령-충무관 내부)의 흉상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고려하여 하여,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육사는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군사관학교장 책임 하에 추진한다”고 밝혔다.

육사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장소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사관학교 관계자는 31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은 독립기념관을 포함해 다양한 장소를 검토 중이며, 다른 5명 흉상은 육사 내 육군박물관이나 야외 호국공원 등으로 옮길 것”이라며 “홍 장군의 흉상은 독립기념관이 최적의 장소로 느끼고 있는데, 독립기념관측이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이를 포함해 다양한 최적의 장소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홍범도 장군의 사진. 이인섭의 외손자인 세르게이 솔로보치코브(Sergey Slobodchikov)가 2016년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것들 가운데 하나. 사진=홍범도기념사업회

이 관계자는 육사는 독립운동을 한 군인을 기려서는 안 된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홍범도 장군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해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이 더 잘 부각될 수 있는 장소를 고려해 배치하는 것”이라며 “절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충무관 내부는 옛날 고대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독립군 영웅을 포함해 6.25전쟁, 대침투 작전 등 모든 국난극복에 기여한 인물 전체를 균형있게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업적은 인정하지만 그 분의 공산주의 경력에 대해서는 육사의 정체성 고려했을 때는 독립운동이 부각되는 곳으로 옮기는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공이데올로기를 부활하는데 육사가 앞장서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2018년 흉상 설치 목적이 독립영웅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사관생도에 교육하려한 취지가 좋았으나 이후 나타난 현상이 홍범도 장군을 둘러싼 현재의 논란과 유사한 논란 계속 이어져 왔다”며 “순수하고 엄정한 정치적 중립 지켜야 하는 육사가 정쟁의 소용돌이 휩쓸리는 상황이 되다 보니 근본취지는 퇴색되고, 생도들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왔다”고 해명했다.

'대한민국 군인의 뿌리가 독립군이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육사의 연원은 고구려의 상무 정신과 신라의 화랑 정신이며, 고려시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 등 훌륭한 나라를 지킨 분들과 독립군의 호국정신 등에 있다”며 “그러나 이런 논란이 생겨서 무슨 좋은 영향을 미치겠느냐”고 답했다.

▲육군사관학교가 31일 육사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바깥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육군사관학교 입장문 갈무리

이를 두고 야당은 육사를 앞세운 역사 쿠데타라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5시30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앞세운 '역사 쿠데타', 역사를 잊은 윤석열 정권에게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독립영웅을 이렇게 모욕하고 부관참시한 정권은 일찍이 없었다”며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이 아니라는 말이냐.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 정권의 '역사 쿠데타'”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대체 윤석열 정권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체가 무엇이고, 육사의 정체성은 대체 뭔가”라며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길러내는 것이 육사 설립의 목적과 교육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강 대변인은 특히 “전향할 조국조차 없이 싸우던 독립투사들을 색깔론으로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일 극우 이데올로기를 심겠다는 속셈”이라며 “오늘 흉상 철거 결정으로 윤석열 정권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YTN이 31일 뉴스에서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바깥의 적절한 장소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영상 갈무리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건국의 정신과 국군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육군사관학교와 국방부의 반역사, 반국군 폭거이자 역사쿠테타”라고 성토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이 아니라 육사에서 군의 역사와 정통성을 파내고 지워버렸다”며 “육군 사관학교 치욕의 날, 국군 굴욕을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명분도 동의도 없는 이 강행은 결국,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역사적 후안무치 경거망동은 역사와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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