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동물원의 불쌍한 동물들 [몽이아빠의 동물법]
편집자주
반려견 '몽이'를 7년째 키우면서, 동물자유연대의 이사·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동물법을 누구보다 쉽고 재밌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어릴 때 전주동물원에 자주 놀러 갔다. 코끼리는 엄청나게 커서 멋있었고,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는 너무 무섭게 생겨서 가끔 꿈에 나올 정도였다. 구렁이가 움직이는 걸 보려고 투명한 유리벽을 톡톡 치다가 막상 구렁이가 움직이면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는 상업적 목적을 위해 전시되는, 이른바 전시 동물의 삶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냥 막연히 동물원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 전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에서 사자 한 마리(바람이)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굶고 있는 것이 드러났고, 유관기관과의 협의 끝에 바람이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져 비로소 행복한 삶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부경동물원과 관련한 동물 학대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지난달 부경동물원은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한 달 먹이값만 500만 원 상당의 금액이기에 운영해도 이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114곳(동물 4만8,911마리)에 달한다. 5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 중 에버랜드의 판다 푸바오처럼 행복하게 사는 동물은 몇 마리나 될까? (러바오ㆍ아이바오나 푸바오는 사료인 대나무값만 연간 1억 원이라니, 어쩌면 필자보다 행복할 것 같다.) 도대체 동물원에는 어떤 법이 적용되길래, 바람이를 저렇게 굶겨도 처벌받지 않는 것일까.
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의 적용을 받는다. 과거에는 동물원이 ‘자연공원법’상 자연공원이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박물관으로 취급됐으나, 2017년 동물원수족관법이 제정되어 비로소 동물원에 대한 독자적인 법률이 생기게 됐다. 이 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란, 야생동물이나 가축을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동물원 운영자는 동물원의 명칭, 소재지, 동물 종류ㆍ수뿐만 아니라 적정한 서식 환경 제공 계획, 폐원 시 동물 관리계획을 갖추어 등록해야 한다. 그리고 사무실, 전시시설, 사육시설, 동물 진료시설 또는 격리시설을 마련하고, 전문인력을 2명 이상 갖춰야 하며, 동물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총 18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동물원수족관법은 위 내용이 전부이고, 나머지는 동물원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즉 동물원 운영자는 위 내용만 지키면 처벌받지 않는다. (반면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총 101개의 조문을 정하여, 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적정한 서식 환경에 대해서도 야생생물법은 멸종위기종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예컨대 호랑이는 최소 넓이 14㎡, 높이 2.5m의 서식환경이 필요하다)을 두고 있지만, 동물원수족관법은 구체적인 기준이 전혀 없다. 또한 동물원을 처음 등록할 때 서식환경 제공 계획을 작성하도록 하지만, 서식 환경을 주기적으로 검사받지 않기에 이를 위반하는 동물원이 다수다. 실제로 작년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환경부가 제정한 동물원 관리·사육 표준 매뉴얼을 지키는 동물원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물원수족관법이 개정돼 2023년 12월 14일 시행된다는 것이다. 주된 개정 취지는 바로 ‘동물원 허가제’다. 기존에는 최소한의 등록 요건만 충족하면 동물원 운영이 가능했는데, 개정법에 따르면 동물 생태 습성을 고려한 시설과 복지에 관한 기준을 충족한 동물원만 허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개정법에 따르면 동물원은 사육 환경의 적정성 등을 주기적으로 동물원 검사관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동물원은 5년 내에 기준을 맞추거나, 폐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동물원은 폐원 또는 정말 최소한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우선 개정법의 취지에 따라 하위 규정이 제대로 만들어져서 동물원 동물이 모두 푸바오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재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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