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긴급르포>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를 가다
국제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오늘(2023.8.31)로 벌써 일주일째입니다. 모니터 결과 여러 수치가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하고는 있지만 불안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습니다.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동안 계속될 오염수 방류를 두고 이웃 나라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긴 하지만 걱정과 우려가 대부분입니다.
일본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왜?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정작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될 일본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어민들을 제외하면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초 반대가 많았던 일본 시민들의 여론은 일본 정부가 방류를 강행한 뒤 오히려 찬성이 60% 가까이로 올라가는 등 밖에서 보기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포자기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 등에 취재진을 급파해 현지의 여론과 분위기를 취재했습니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반대 시위... NHK 카메라는 없었다
취재진이 후쿠시마에 간 8월 27일, 현지에서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좀처럼 피켓을 들지 않는다는 일본 국민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규모의 시위였습니다. 지역 주민들 뿐아니라 다른 지역의 활동가들, 그리고 한국의 국회의원들까지 참석해 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위를 취재하는 일본 국내 방송사의 카메라는 단 한대도 없었습니다. 공영방송인 NHK도, 민영방송사들도 시위를 취재하지 않았고, 현장에는 중국의 CCTV와 한국의 뉴스타파 등 외국 언론들의 카메라만 있었습니다.
이날 뿐만이 아닙니다. 방류가 시작된 24일에도 일본의 시민단체들이 후쿠시마 원전 입구까지 가서 항의 시위를 벌였지만 일본의 미디어는 프리랜서 기자 1명과 신문사 1곳을 제외하면 전혀 취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매스컴의 그런 조작하는 듯한, 그런 식으로 좋은 면만 내보내고 나쁜 면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일본의 나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 등을 봐도 좋다는 식으로 밖에는 보도하지 않고 있어서... 오늘도 역시 여러 곳에 연락했을 건데 매스컴은 전혀 안 왔고요, 역시 이것이 일본인 거죠.
- 스즈키 다큐야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에 참가한 후쿠시마 주민
일본 TV 속 세상은 태평하다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이 결정은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방류 시작 9시간이 지난 시점, TV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오염수 방류에 관한 소식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 몇 페이지가 지나서야 간신히 단신으로 다뤄졌을 뿐이었습니다.
대신 도쿄 거리 곳곳의 전광판에는 후쿠시마 홍보 영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를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안전하고 매력이 있는 곳이더라, 후쿠시마를 많이 찾아달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었습니다. 일본 <원자력 자료정보실>의 공동대표인 반 히데유키씨에 따르면, 후쿠시마 홍보 영상의 방영 횟수가 3천만 회에 달한다는 기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쿄의 시민들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대부분의 도쿄 시민들은 '꺼림칙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일본 경제를 돌리기 위해서... 그리고 승인을 받은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명 의무에 대해서는 IAEA (국제원자력기구)에서 다했다면, IAEA가 인정했다고 생각하므로 설명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 도쿄 시민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원자력 업계와 정부의 홍보 전략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과거의 원전 추진과 광고 선전비의 관계로 보자면 원전에서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전력 회사의 광고 선전비가 증가합니다. 그런 식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 대책과 함께 안전 캠페인이 많아져 왔습니다.
일본 매체의 구조적 문제는 광고 선전비를 통해서 전력회사로부터 꽤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오고요. 때문에 산업 측에 가까운 보도를 하는 체질이 긴 세월동안 만들어져 버렸습니다.
- 스게나미 타모츠/타카기 시민과학재단 사무국장
정부의 안전 선전이 비교적 효과를 본 것이죠. 여론 조사를 봐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은 무관심의 결과로서 정부 방침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비율이 늘고 있으니까... 일단 강행해도 설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반 히데유키 / 원자력자료정보실 공동 대표
전통적으로 일본의 언론들은 정부의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발표 저널리즘'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것은, 이같은 언론 환경에서 결국은 여론을 뜻하는 방향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1=100'의 언론 환경을 꿈꾸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 방출을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런 세력과는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원전 오염수의 인위적인 대량 방출은 아직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그 영향이 어떨지는 1 더하기 1같은 수학적 진실의 영역이 아니라 증거가 나올 때마다 계속 수정해야만 하는 과학적 가설의 영역이자, 아직 과학이 다 풀지 못하는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정부를 대신해 왜 우리 정부가 안전을 강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언론이 정부의 안전하다는 장담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오염수의 안전을 의심하는 사람들과 "싸울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원하는 건 자신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면 그대로 100이라고 받아 써줄 언론들이 아닐까. 여론의 반대가 높더라도 오염수 방출을 강행할 수 있는 일본의 언론 환경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바득 바득 이동관 씨를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은 아닐까.
오염수 방출을 둘러싼 일본 언론의 무비판적 보도와 일본 시민들의 순치된 여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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