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행안위 野 단독처리

3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인 이만희, 강병원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행안위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의결에 반대하며 퇴장했다.<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3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단독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처리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위헌소지가 있는 입법 강행이며, 대통령 거부권(법률안 재의요구권)을 유도하는 "총선용 정략"이라고 반발했다.

행안위 민주당·기본소득당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여당 측이 항의 퇴장한 가운데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의결했다. 여야 동수로 최장 90일 숙의하란 취지의 안건조정위를 구성한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 30일 야권 단독으로 처리된 데 이어서다.

특별법에는 △피해 배상·보상 △'독립적 진상조사'를 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수사가 필요할 경우 특별검사(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조위는 국회의장 추천 1명, 여야 추천 각각 4명, 유가족 단체 추천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 문제도 담겼다.

야권은 안건조정위를 통과한 수정안이 여당에서 원안(남인순 민주당 의원 초안)에 대해 제기한 문제 대부분을 들어냈다는 입장이다. 당초 특조위 인원을 추천위가 추천한 17명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은 삭제됐고, 피해자 범위도 희생자의 직계존비속과 형제자매로 제한됐다. '3촌 이내'나 단순 현장체류자, 해당 지역 거주자 등이 빠졌다.

다만 피해자 구조활동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은 피해구제심의위 심의를 거쳐 피해자 여부를 판명받도록 했다. 특별법 피해 배·보상의 구체적인 규모·방법과, 그 절차에 관한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피해자 간 연대 권리를 명시하라'고 한 국가인권위 권고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여당은 법안 표결 직전 퇴장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민주당 측이 원안으로 의도한 내용은 여전히 반영됐다면서 "피해구제심의위를 만들어 '거기에서 지정되는 사람은 모두 다 그냥 피해자로 인정하는' 길을 만들어놨다"며 "추천위 규정도 삭제했다지만 조사위는 11명으로 4대 7로 구성해놨다. 87개조 중 재발방지도 3개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법안처리 이후로도 여당 행안위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을 겨냥 "처음부터 강행처리할 의도로 지난 6월30일 행안위 상정 8일 만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일방 지정했다. 이후 2주도 안 돼 단독 공청회를 밀어붙이더니 국회법상 다수당 폭주를 저지할 수단인 안건조정위까지 꺼내들어 강행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해 일방적 국정운영이란 프레임에 가두는 동시에, 정부·여당이 마치 이 비극적 참사를 외면하는 것처럼 비정함을 덧씌워 이를 총선에 활용하겠단 비열한 정치적 권모술수"라고 주장했다. 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여야는 행안위에 이어 법제사법위에서도 최장 90일, 본회의 60일 특별법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