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후두암 환자 30명 심층 조사했더니...“담배는 마약, 제조사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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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암과 폐암과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하루에 1갑,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 3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31일 나왔다.
이강숙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이날 건보공단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담배소송 세미나'에서 '폐암·후두암 환자의 흡연력 심층추적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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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 확인”
건보공단 “담배소송 항소심서 회사 책임 물을 것”
#지난 2003년 후두암 진단을 받은 정모씨는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다. 군대 훈련소에서 ‘화랑’ 담배를 받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담배를 빼앗아 가는 것이 억울해 흡연을 시작했다. 이후 직장에선 담배를 안 피면 따돌림을 당했고 사무실에 연기가 가득할 정도로 모두 흡연을 했다. 정 씨는 “군대에서 담배 배워 중독된 것이라 국가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당시엔 담배가 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두암과 폐암과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 하루에 1갑, 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흡연자 3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분석이 31일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개별 환자들의 피해를 입증해 항소심에서 담배 회사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강숙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이날 건보공단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담배소송 세미나’에서 ‘폐암·후두암 환자의 흡연력 심층추적 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월 28일부터 올해 1월 30일까지 담배 소송에 참여한 3000여명 가운데 고도 흡연자 30명을 심층면담했다. 이들의 흡연 시작 연령은 20대가 15명, 10대 14명, 30대가 1명이었고,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9명, 직업상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30명 가운데 5명은 군대에서 ‘화랑’ 담배로 흡연을 시작했다. 이들은 1960년대에 흡연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는 담배의 유해성·중독성에 대한 정보나 금연 교육이 부족했다. 금연을 시도한 동기는 암 수술이 57%였고, 금연이 어려웠던 이유로 63%가 중독·금단현상을 꼽았다.
김 교수는 “담배 제조사들은 담배의 유해성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소송 대상자들이 흡연을 시작한 시기에 한국의 사회·경제적 환경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을 상대로 약 533억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 원은 20년 동안 하루 한 갑, 하루 2갑씩 10년 이상 흡연한 사람 가운데 중 폐암(편평세포암, 소세포암), 후두암(편평세포암)을 판정받은 환자 3465명에 공단이 10년간 지급한 급여액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1년 별도의 소송에서 이들 암이 흡연과의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1월 1심에서 공단은 패소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담배 제조 과정에서 위험성을 줄이는 조치를 하지 않고, 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환자가 위험인자(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발 병시기, 노출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가족력 등을 고려해 개연성을 추가 증명하라고 주문했다. 공단은 그해 12월 항소장을 제출했고, 항소심은 지난 1월 7차 변론까지 진행됐다.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의학적으로는 폐암이나 후두암에 이른 원인이 담배 말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법리적으로는 단 1명도 인정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에 많은 전문가, 의료계에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기 때문에 이를 만든 이들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아무 위험이 없는 사람이 오직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리는 부분들을 발굴해 담배 소송을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담배 소송에 승리해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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