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검찰도 '수사 외압' 감지했나…군인권센터, 녹음파일 공개

경북청 사건 이첩 이후 군 검사와 해병대 수사관 통화 내용 담겨
"국방부 검찰단이 수사 전부 새로 할 수 있지 않겠나…무서운 일"
군인권센터, 수사 외압 감지해 녹음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연합뉴스

고(故) 채모 상병 사망사건을 경찰에 이첩할 때 이미 군 검찰과 해병대 군사경찰이 '수사 외압'을 감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31일 오후 4시 30분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군 검사 A씨와 해병대 수사관들의 대화가 담긴 통화녹음파일 두 편을 공개했다.

이 통화 내용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던 지난 2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녹음됐다.

앞서 녹음된 파일에는 A씨와 해병대 수사관이 관련 판례와 국방부 훈령 등을 참고해 이번 사건으로 사단장 등 각급 지휘부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건이 이첩된 다음 날 통화에서는 A씨가 해병대 수사관에게 "국방부 검찰단이 가져가게 되면 수사를 싹 날리고 전부 (새로) 할 수 있지 않겠나. 무서운 일"이라고 말해 수사 기록이 삭제되는 것을 우려하는 대화가 오갔다. 이미 국방부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군인권센터는 군 검사와 해병대 수사관이 수사 외압을 감지해 초동수사 내용을 녹음본으로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마치 박 전 단장이 독단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서 임성근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국방부 검찰단이 얘기를 하지만,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경상북도 경찰청도 업무상과실로 보인다며 사건을 빨리 이첩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24일 군검사 2명이 해병대 수사관 사무실로 찾아왔고,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다"며 "군검사들은 업무상과실치사가 확실한데 대대장 뿐 아니라 그 위의 사단장, 여단장의 관리 책임도 물을 수 있다며 군검사들도 관리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이러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자들을 철저하게 입막음하려는 국방부 검찰단장과 국방부장관, 국방부차관, 법무관리관 등 관련 혐의자들을 즉각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일에는 군형법상 항명 혐의로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총괄했던 박 전 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다.

박 전 단장은 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달 30일 임 사단장을 비롯해 관련자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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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yangs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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