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전남 방문…'호남 동행' 기조 재개?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지도부가 31일 전남 순천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호남 민심에 대한 구애를 펼쳤다. 김기현 대표는 당 비주류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조찬 회동을 가졌고, 당 최고위는 이날 비례대표 정운천 의원을 전 지역구인 전북 전주을 지역구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의 당협 정비안을 의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만정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지난 주말 광주에서 숙박한 후 광주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지역현안 건의를 들었고, 어제 다시 순천에 내려왔다"며 "요즘 저는 호남에서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느낌"이라고 친밀감을 과시했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부터 호남에 매월 한두 차례 이상 내려오다 보니 이젠 고향같은 편안함도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제가 작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광주같은 대규모 도시에 왜 복합쇼핑몰이 하나도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연설을 한 적이 있었다"며 "요즘도 호남 지역 인사들을 만나면 상당수는 '1당 장기 독점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민주당은 DJ정신을 계승한 정당으로 볼 수 없다', '호남 민주화 정신은 특정 정당 전유물이 아니다', '호남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 발전'이라는 말씀을 한다"고 총선을 겨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요즘 저희 국민의힘에 굳게 닫혔던 호남 민심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다. 책임당원 숫자도 급증하고, 당을 대표해서 활동하는 호남 지역 출신 인사들도 많아졌다"고 자평하며 "당장 우리 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에서 2명, 40%가 호남 출신이고, 특히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김가람 최고위원은 전남 출신의 40대 청년"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순천 지역 현안인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해 지자체 측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개막한 지 오늘로 5개월을 맞는데, 반년도 채 안 되는 기간이었음에도 벌써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박람회를 찾았다고 한다. 가히 초대박 흥행"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는 "국제 박람회를 가장 모범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순천은 도시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장들이 순천의 사례를 보고 지역 발전의 혜안을 얻고자 이곳을 방문했다"면서 "중소도시 한 곳 인구와 맞먹는, 약 2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하루에 몰려들어도 교통체증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잘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노관규 순천시장을 비롯해 시청·도청·조직위 관계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들의 공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저희 여당과 정부는 일 잘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이 있을 수 있도록 챙겨나갈 것이다.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잘 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순천의 성공 사례를 전북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대비시켜, 잼버리 파행 논란에 대한 전북도의 책임론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유승민·하태경·이준석 등 당내 비주류 정치인들과 가까운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 면전에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천 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와 별도 조찬 간담회를 마친 후 최고위에 참석해 한 공개 발언에서 "새만금 잼버리의 파행을 전라도 전체 무능으로 확대해석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또 "(대선 당시) 호남에서 우리 당세가 많이 늘어난 것은 당이 과거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호남의 현재와 미래 먹거리에 대해 비전을 보여드렸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 여당의 모습은 홍범도 장군 관련 논의에서 나타나듯 마치 국민의힘의 주 전장을 과거로 돌리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일부 도민이 표명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현장최고위에서 조강특위가 심사해 지도부로 올린 국회의원 선거구 10곳의 조직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전북 전주을 조직위원장에 정운천 의원(재선, 비례대표)이 임명된 것이 이날 지도부의 호남 방문과 연관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서을에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 광진을에는 오신환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중랑을에는 이승환 전 대통령실(윤석열 정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임명됐다. 경기 용인병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가, 시흥갑에는 검사 출신 정필재 변호사, 대전 대덕에는 역시 검사 출신인 박경호 변호사가 임명됐다. 대체적으로 친윤 그룹의 약진이라는 평이 나왔다.
강승규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원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갑에는 현역 재선의원인 이용호 의원(현 지역구는 전북 남원·임실·순창), 초선 비례대표 최승재 의원이 출사표를 냈지만 결정이 보류됐다. 서울 서대문을과 경기 성남분당을, 의정부갑 지역도 보류됐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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