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기한 단식’ 선언… “무능폭력정권 향해 국민항쟁”
오염수 방류·홍범도 흉상 등 거론
“민주주의 파괴 막을 것” 입장 밝혀
당내선 “비명 제압 위한 것” 비판
與 “국회 개회 앞두고 뜬금포 단식”
검찰선 “일체 고려 없이 수사 진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오늘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민생 파괴·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촉구했다.
이 대표가 돌연하게 빼든 ‘단식 카드’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은경 혁신위원회 조기 좌초와 김남국 제명안 부결, 총선 위기론 부상 등에 따른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응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오송 지하차도 사고 △이태원 압사 사고 등 현정부 실정 사례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권의 국민 포기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단식한다고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내부 분열을 획책하고 국가권력을 악용해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검찰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또 “사법리스크라고 하는데, 이것은 검찰 스토킹”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대표는 자신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천명한 만큼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가결 요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비명계의 한 재선 의원은 “지지층 결집, 검찰 수사 회피, 비명계 제압을 위한 단식”이라며 “이정현·황교안 두 정치인의 단식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2016년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해임안 처리에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에 나섰다가 7일 만에 끝낸 바 있다. 미래통합당 황 전 대표는 2019년 문재인 대통령에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철회 등 3가지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8일간 단식했다. 두 단식 모두 결과적으로 아무런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단식 선언에 대해 “저희는 이 대표 조사를 진행했고 그 조사를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보강수사 결과와 제반사항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등 향후 수사 절차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의 단식이나 건강에 대해선)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 상황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 나갈 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유지혜·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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